2024 나해 부활 제4주일(04.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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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4-21 14:49 조회1,845회본문
* 부활 제 4주일 나해
“가지 않은 길”
성소주일 입니다. ‘성소(聖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성(聖)스러운 부르심을 뜻합니다. 그러면 세상의 여러 가지 부르심 중에 어떤 것이 성소이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분은 예수님이시니 예수님이 부르시는 것이 성소입니다. 그리고 예수님 그분은 사랑 자체이시므로, 우리를 사랑에로 부르는 것을 바로 성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너는 성소가 있느냐?’ 하고 묻는 것은, ‘지금 너는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느냐?’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성스러운 부르심, 즉 성소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들을 수 있으며, 그것을 따르는 길 또한 여러 가지입니다. 어떤 주교님은 어렸을 때 집안이 몹시 가난했는데, 집에 오신 신부님께 어머니가, 생전 보지도 못한 계란찜을 해 드리는 것을 보고, 계란찜이 먹고 싶어 신학교에 가셨는데 훗날 주교님까지 되셨습니다. 신부님 중에는 나환자의 벗이 되신 신부님도 계시고, 노동자가 되신 신부님, 병을 고치는 의사 신부님, 음악을 하는 신부님도 계십니다. 수도자가 되는 것도 성소이고, 좋은 가정을 만드는 가장(家長)이 되는 것도 성소이고, 성모님 닮은 가정주부가 되는 것도 성소입니다. 한 마디로 하느님이 나에게 가장 원하시는 삶이 바로 성소의 삶입니다.
성소는 사랑이신 하느님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여러 가지 도구가 필요하십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우리 각자는 하느님의 도구가 되기 위한 ‘자기 자리’를 잘 찾아내야 하고, 거기서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성소의 자리’라고 믿어도 됩니다. 제대로 사랑할 수 없고,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그곳은 성소의 자리가 아닙니다.
또한, 성소라는 것은 계속되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기나긴 여정입니다. 우리 삶의 성소는 죽음으로 완성됩니다. 그래서 사제가 죽으면 수의 대신 서품식 때 입었던 첫 제의를 입히는 것입니다. 죽을 때 비로소 성소가 완성되어 사제가 된다는 의미이지요. 그러므로 여러분의 사랑도 지치지 않고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은 사제 성소를 위해 기도하는 성소주일 입니다. 사제와 신자들은 서로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서로 부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때로는 고독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성소를 받고 나름대로 성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언젠가 하느님 앞에 한 곳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사제와 신자는 서로를 위해 늘 기도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신자에게 사제는 예수님의 향기가 되어야 하고, 사제에게 신자는 목숨 바치고 싶은 연인이어야 합니다. 부족한 우리 사제들에겐 신자 여러분들의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착한 사제가 되도록, 건강하고, 늘 깨어 기도하고, 공부하는 사제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또한, 사제 공동체가 하나로 화합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