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마르 6,34-44)

“마음으로 생각하자”

옛날 군 시절 얘기입니다. 200킬로 행군 중에 지쳐서 휴식할 때였는데, 많은 친구들이 수통에 물이 다 떨어졌지만 한 친구는 물을 아껴 마셔 아직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갈증에 지쳐 쳐다보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혼자 그 물을 마시기 미안했는지 선뜻 옆 친구에게 자기 수통을 건넸습니다. 친구들이 고마워하며 그 물을 돌려 마셨는데, 열 명이 넘게 마시고 제 차례가 왔을 때 물이 아직 목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물의 기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의 착한 마음에 감동한 친구들이 다음 친구들을 생각하며 아껴 마셔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을 저는 마음의 기적이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머리로 계산하고 지친 군중들에게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측은한 마음으로 끝까지 그들을 돌보십니다. 결국, 예수님의 그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되어 기적은 이루어집니다.

  머리로는 기적을 못 이루지만 마음으로는 기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여기까지만'이라는 한계가 없습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머리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