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사순 제1주일(02.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 강론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강론

2021 나해 사순 제1주일(02.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2-21 15:58 조회7,466회

본문

* 사순 제 1주일 나해

 

 

방법의 유혹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회개와 보속의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사순 첫날, 재의 수요일에 우리 머리에 재를 얹어주며 경종을 울립니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그리고 사순절 동안 회개와 보속의 삶을 살도록 권고합니다.

 

그런데 그 회개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회개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하느님 중심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편안한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불편한 삶의 방식을 감수하는 희생입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이루어지는 것이 회개입니다.

 

역사적으로, 국가적으로 봐도 회개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구약시대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대홍수, 노예살이, 국가의 분열, 성전파괴, 바빌론 유배 등으로 여러 차례 경고하셨지만 이스라엘은 회개하지 않고 멸망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와, 비참한 전쟁, 독재자들의 핍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가 되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금전쾌락주의, 치열한 경쟁과 이기주의, 양극화 현상 속에 불안한 나라입니다. 이렇듯 개인의 회개는 물론 사회공동체의 회개는 더욱더 어렵습니다.

 

교우 여러분, 그런데 회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는 의외로 눈앞의 작은 유혹들입니다. 조금 더 편하고자 하는 그 유혹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좀 더 편한 길, 기존의 안전한 방법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아주 큽니다.

 

사순 첫 주일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유혹받으셨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적막한 광야에 나가, 어떻게 구원사업을 할까 고민하다 지치신 예수님께 구원방법에 대한 유혹이 밀려옵니다. 당신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이실 능력이 있으셨기에, 세상의 가난과 배고픔을 그렇게 해결해 줄까 하는 유혹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엄청난 치유능력으로, 고통받는 모든 병자를 한꺼번에 고쳐줄까 하는 유혹도 받으셨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당신의 추종자들을 모아 큰 권력자가 되어서, 그 권력으로 혁명을 일으킬까 하는 유혹도 있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렇게 편리하고 화려한 구원사업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십자가라는 방법을 통해서 당신의 구원사업을 펼치기로 결심하십니다. 결국, 예수님은 평범한 인간의 조건으로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는 길을 걸으시게 됩니다. 그리하여 십자가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힘이 있다는 것을 죽을힘을 다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사순절은 회개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수님의 고통에 함께할 수 있는 영광과 은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고 앞장서 가시니 우리도 그분 뒤를 따라갑시다.

 

  언젠가 한 줌 재가 될 것을, 언젠가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서, 눈앞의 온갖 편리함과 편안함에 대한 유혹을 물리쳐봅시다. 강직하고 절제된 생활로 십자가 사랑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갑시다. 아멘. 


접속자집계

오늘
1,690
어제
2,155
최대
3,012
전체
1,939,647

Copyright © www.tokyo-koreancatholic.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