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사순 제1주일(03.06)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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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3-06 16:48 조회4,707회본문
* 사순 제 1주일 다해
“악마의 목소리”
여러분은 악마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검은 망토를 입고, 머리에는 빨간 뿔이 달리고,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는 모습이 악마의 모습일까요? 글쎄요, 오히려 악마는, 비단옷을 너풀거리는 아름다운 선녀의 모습일지도, 멋진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악마의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악마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악마는 우리 마음 안에서 이렇게 속삭입니다. “에이, 저 인간 포기해버리자. 쉬운 길로 가자. 살짝 거짓말을 하자. 모함해서 함정에 빠뜨리자. 눈 딱 감고 한 번만 해보자.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 모두 다 싫다, 싫어.” 이런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린다면 그것이 바로 악마의 목소리입니다.
악마는 목소리로써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목소리가 악마의 목소리인지, 하느님의 목소리인지 구별이 아주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주위가 소란하고 산만해도, 내적으로 침묵하면서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유심히 듣고 구별해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광야에 나가셔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시는 장면을 봅니다. 인간이 되신 예수님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를 틀고 살면서, 나약한 인간을 흔들어대는 악마의 목소리를 들으십니다. 악마의 여러 가지 목소리 중에서도 가장 달콤하게 인간을 유혹하여 허망한 길로 이끄는 세 가지 목소리를 들으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에 반하는 하느님의 목소리도 함께 들으셨습니다.
첫 번째 유혹의 목소리는 사람의 몸과 마음이 약해졌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로, 배부르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도록 유혹하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하느님의 목소리는 육체의 편안함만을 추구하지 말고,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두 번째 유혹의 목소리는 욕심이 많아졌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로, 세상과 타협하여 쉬운 방법으로 부귀영화를 얻고, 남을 지배하며 살라고 부추기는 목소리입니다. 그에 대한 하느님의 목소리는 참 주인이신 하느님만을 섬기고, 당신 뜻에 따라 이웃에게 봉사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세 번째 유혹의 목소리는 교만해졌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로, 하느님의 섭리 없이도 내 힘으로 살 수 있고, 하느님마저도 내 뜻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에 대한 하느님의 목소리는 인간의 비천함을 깨닫고, 하느님의 정당한 권위에 승복하여 겸손해지라는 말씀이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은 광야에서 사십 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악마의 목소리를 물리치는 결단력과,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의지력을 기르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도 이런 힘든 훈련을 통해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 것입니다. 그러니 번잡한 삶을 우리가 살고 있지만, 수시로 침묵의 광야를 찾아가서, 내 안에 들려오는 악마의 목소리와 하느님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훈련을 하고, 그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는 힘을 기르도록 노력합시다.
힘이 있어야 용서할 수 있고,
힘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