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30주일, 전교 주일(10.2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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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10-23 15:28 조회4,003회본문
* 전교주일 다해
“참된 종교”
전교(傳敎)의 날입니다. 전교는 종교(宗敎)를 전하는 일인데 종교를 전하려면 종교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종교는 마루 종(宗), 가르칠 교(敎), 즉 가장 으뜸이 되는 가르침을 말합니다. 세상에 많은 가르침이 있지만, 존재의 근원, 존재의 의미, 존재의 미래에 대한 가르침이라면 그것이 가장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억 개 곱하기 천억 개의 별이 있는, 빛의 속도로 백억 년을 더 날아가야 끝이 있을 것 같다는 광대무변한 우주는 누가 만들었는지, 시간의 시작과 끝은 있는지,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죽음은 또한 무엇인지, 인간 같은 생명체는 어떻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인식하고, 행복하길 원하고, 자신의 창조주를 그리워하는지.
이 모든 질문의 답을 주신 분, 창조주 하느님과 하나인 분, 소멸하는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여 영원으로 들어가신 분, 그런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그 예수님 덕분에 우리는 존재의 근원이 하느님이심을 알게 되었고, 존재의 의미는 사랑을 사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사랑만이 죽음을 지나 영원으로 건너가는 다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분의 삶과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을 통해서 당신의 신원(身元)을 드러내시고, 하느님과 인간은 사랑의 관계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또한, 그 사랑을 사는 것이 계명을 지키는 것이고, 그 계명을 지키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체험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 의미를 사는 공동체가 우리 가톨릭교회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사명은 봉사를 통한 전교이고, 전교는 인간이 되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하느님 사랑에 대한 기쁜 소식을 전함으로써, 그 기쁨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가톨릭 종교를 전한다는 것은 우리 조직의 사람을 만들어 조직을 키우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종교는 하느님의 존재와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방법, 즉 사랑을 가르치는 종교입니다. 사랑은 말로써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사랑은 이해와 연민(憐憫), 봉사와 희생의 삶을 의미합니다. 그런 삶을 통해서 이 세상에 사랑의 사람, 사랑의 인생을 만드는 것이 전교입니다.
그러므로 종교를 전하는 전교는 결국, 하느님의 뜻과 우리의 신앙과 사랑의 삶을 전하는 일입니다. 어떤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라기보다 그 가르침을 사는 삶을 전하는 것이 전교입니다. 사실 종교라는 것은 책으로도 전해질 수 있지만, 신앙은 삶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전교는 신앙을 전하는 것이고, 우리 사랑의 삶을 전하는 일입니다.
우리 가톨릭은 종교 주식회사 사원(社員)을 만들고 경제적인 축복을 내세워 거래를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머지않아 사라져가는 것에 집착하여 살다가 의미 없이 사라져가는 인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여 점점 또렸해지는 영혼을 가지고 영원으로 넘어가는 인생을 살게 해주는 신앙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은 우리를 통해 당신이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시고, 우리가 언젠가 당신 앞으로 모여 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