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31주일(10.30)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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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10-30 14:56 조회4,191회본문
* 연중 제 31주일 다해
“자캐오의 밤”
자캐오는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재빠르게 달려가서, 앞에 있는 나무에 올라간 것을 보면, 그는 자신 앞에 당면한 문제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던 난쟁이라는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갔던 사람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쉽게 남을 판단하고 남의 약점만을 들추어내길 좋아했지만, 자캐오는 그런 세상에 굴하지 않고 자기의 문제를 직시하며 해결해 나갔습니다. 사람들의 미움과 무시 속에서도 자캐오는 자신을 위해 노력했고 성공하였습니다. 그는 문제해결 능력이 있었고, 자기를 올바로 인식했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재산을 모은 자본가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늘 어둔밤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인생의 전부인가?’
그런 자캐오에게 예수님이 나타나셨습니다. 그는 소문으로 듣던 예수님에게 마음이 끌렸고, 예수님은 뜻밖에도 나무 위에 올라있던 그에게 말을 거셨습니다. 모두에게 왕따 당하고, 집에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던 그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자캐오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겠다.” 우리는 흔히, 예수님이 신비로운 능력으로 사람들을 한순간에 변화시키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수님과 자캐오의 만남에는 진지한 토론의 긴 하룻밤이 필요했습니다.
자캐오의 인생관과 예수님의 인생관의 대결 속에서, 예수님은 자캐오의 한 맺힌 세상 사연 모두를 들어주셨을 것입니다. 그런 자캐오의 어둔밤이 밝아지기 위해서는, 올라간 나무에서 내려와야 하고, 움켜쥔 손을 놓아야 하며, 나누고 비워야 한다는 예수님의 인생 방법론에 자캐오가 승복하기까지 숨 막히는 긴장이 계속되었을 것입니다. 난쟁이로 태어나, 세상의 냉대 속에서 자기의 살길을 찾아 ‘미움의 에너지’로 성공한 자캐오가, 재산을 내놓는다는 것은 생존이 달린 큰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자캐오는, 키가 작다는 상처 속에 마음마저 작아져 버린 자신을 발견했고, 그 때문에 인생의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합리적으로 벌어드린 정당한 수입일지라도 나눠야 할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움켜쥐지 않고 나눌 때 비로소 새로운 만남들이 다가오고, 미움의 에너지가 사랑의 에너지로 바뀌고, 흔들리지 않는 참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 갇혀있던 외로운 자캐오, 자유로운 나그네 예수님, 이 두 사람의 대결은 자캐오의 기쁜 승복(承服)으로 끝이 납니다. 그리하여 자캐오는 이웃에게 활짝 열린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도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여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위해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그 이상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습니까?
부디 우리도 자캐오처럼, ‘자신의 고집과 세상의 미움’을 멋지게 극복한 ‘자유롭고 자비로운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