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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해 연중 제21주간 목요일(08.31)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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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9-01 09:30 조회3,30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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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 21주간 목요일 (마태 24,42-51)

 

 

죽음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4,42)“

 

 

오늘은 시 두 편 감상하시지요.

 

 

집을 위한 노래

-이해인 수녀

 

땅속의 집은 어둡고 답답할 텐데

나 혼자 외로워서 어떡하지?

 

오늘처럼 비오는 날

이미 땅속에 묻혀 있는

그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한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돌아가야 할 땅속의 집

별이 없어도 흙냄새 정답고

돌과 이끼 그득한

창문 없는 집

 

그 집에 들어가 울지 않으려면

땅 위의 이 집에서

많이 웃고 즐겁게 살라고

그대가 속삭이는 말을

나는 분명 들었지

 

뜻없이 외우는 기도보다는

슬픔도 괴로움도 견디면서

들풀처럼 열심히

오늘을 살아내는 일이

더 힘찬 기도가 된다고

비에 젖은 채로 속삭이는

그대의 목소리를

나는 울면서 들었지

 

 

임종을 맞이하는 순간 낭송할 기도문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신은 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신은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아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입니다.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나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얻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을 떠올릴 때입니다.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서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보았던, 일어서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요?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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