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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나해 대림 제1주일(12.0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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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2-03 16:54 조회2,8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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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림 제 1주일 나해

 

 

깨어 있기

 

오늘 복음에는 깨어 있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여러 번 나옵니다. 우리 육체는 잠을 자야 살 수 있으니, 깨어 있으라는 그 말씀이 육체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 깨어 있음은 바로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이 어떻게, 무엇에 깨어 있어야 하겠습니까?

 

우리 마음은 먼저, 우리 자신에게 깨어 있어야 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고 있나? 나는 진실한가? 나는 성실한가? 나는 왜 죽어야 하나? 죽음 뒤 나는 어디로 떠나가나? 이런 질문들이 우리를 깨어 있게 하는 질문들이고,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에게 깨어 있는 일입니다.

 

그다음으로 우리 자신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하여 유심히 바라보고 살피고 공감하는 일입니다. 우주의 수많은 별은 어떻게 생겨났고, 우주의 끝은 어디이며, 시간의 끝은 언제인가? 지구는 어떻게 자전과 공전을 하고, 산소와 물이 있고, 온갖 생명체들이 살게 되었을까? 이름 없는 작은 꽃은 어디서 그 고운 색깔을 얻었을까? 개미들은 어떻게 질서를 배웠고 무슨 생각으로 그 질서를 유지할까? 어미를 잃어버린 작은 새는 오늘 밤 어디에서 지내야 하나? 쓰레기를 모으는 등 굽은 할아버지는 따뜻한 저녁을 드실 수 있을까? 포탄에 사망한 엄마 곁의 어린 아기는 누가 보살펴야 하나? 존재하는 모든 것에 깨어 있는 일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해, 사라질 것들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하느님께 대해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특히, 목숨과 정신과 혼을 다하여 하느님을 찾으라 하셨습니다. 그 속에 길이 있다고, 그 속에 위로가 있고, 그 속에 평화가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오셨을 때, 예수님은 광야에 가셔서, 새벽 산에 오르셔서도, 고난의 잔을 앞두시고도 피땀 흘려 하느님을 찾으셨습니다.

 

하느님은 부족한 나를 어떻게 바라보실까? 보기 좋았던 세상이 전쟁과 환경파괴로 망가지는 것을 하느님은 어떤 마음으로 보고 계실까? 언제나 어디서나, 우리를 바라보는 하느님의 마음이 어떠실지 헤아리는 것이 하느님께 깨어 있는 일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정말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이 너무 소란스럽고, 의미 없는 일에 얽매이게 하고, 소모적인 즐거움에 시간을 빼앗기게 합니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나도 잃어버리고, 세상도 인생도 모르고, 하느님도 못 만나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마음이, 나 자신에 대해, 이웃과 자연과 우주에 대해, 창조주 하느님께 대해 깨어 있는 것이 바로 예수님이 원하시는 깨어 있는 삶입니다.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맙게도 또다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이번에는 꼭 깨어서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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