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4주일(01.2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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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1-28 16:26 조회2,564회본문
* 연중 제 4주일 나해
“신적(神的)인 권위(權威)”
권위와 권력은 다릅니다. 권위는 스스로 따르게 하는 힘이고, 권력은 따를 수밖에 없는 힘입니다. 권력은 밖으로부터 쟁취하는 것이지만, 권위는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권력은 힘이 빠지면 사라지지만, 권위는 배울 만한 가르침을 남깁니다. 예수님은 권력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권위 있는 스승으로 사셨습니다. 권력들은 스러져 갔어도,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은 이천년이 지나도록 우리 역사 안에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특별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인간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 더러운 영,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더러운 영이, 예수님의 권위 있는 명령에 꼼짝없이 굴복하는 것을 보면, 예수님의 권위는 신적인 능력에 닿아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능력을 발휘하는 권위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어떤 분이셨기에 하느님의 권위와 능력을 발휘하셨던 것일까요?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죄인들이나 받아야 하는 세례를 받았을 때,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제자들과 어떤 높은 산에 오르셔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셨을 때도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구름 속에서 들렸다 했습니다. 예수님은 명실공히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하느님 아들의 권위를 가지시게 된 것은 하느님과의 '온전한 일치' 때문입니다. 광야에서 악마의 세속적인 유혹을 하느님의 말씀과 그에 대한 순명으로 물리치셨고, 시간만 있으면 홀로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으셨고, 세속적, 물질적 걱정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나라를 찾으라 하셨고, 원수를 사랑하고,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 하느님처럼 완전한 사람이,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으며, 힘과 목숨과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하셨기에 신적인 권위를 가지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이 하느님과 일치하여 하느님의 권위와 능력을 발휘하셨듯이, 우리는 예수님과 일치하여 예수님의 권위를 얻어, 예수님의 일을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일치하는 만큼 하느님의 도우심을 누리고 하느님의 향기를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도 사랑, 예수님도 사랑, 사랑이 바로 신성(神性)입니다. 우리는 사랑한 만큼 신성을 발휘합니다. 사랑으로써 하느님의 자녀, 하늘나라의 시민이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경계했으면 좋겠습니다. 물질의 힘, 재력(財力)이라는 것은 또 다른 욕심, 즉 권력으로 변하기 일쑤이고, 그 권력은 항상 단명하고 허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권위를 얻으려는 건전한 욕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기도와 용서와 사랑으로 얻어지는 그 권위는 정말 멋집니다. 권력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사랑의 권위는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은 사랑의 창조를 지금도 진행하는 중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