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강론 -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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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8-10 07:23 조회17,568회본문
< 연중 제19주일 > 2011.8,7
제가 지금으로부터 딱 6년 전, 2005년 8월 7일의 오늘 저는 지리산의
어느 조그만 암자에서 보름 간의 단식기도 중 1주일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앞으로 1주일만 지나면 단식기도가 끝날 것이며
제 인생에 있어서 아주 커다란 전기가 마련되는 날이었다.
단식기도 거의 보름을 마쳐가는 날 아침,
저는 저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갈 것을 결심하게 되었었다.
저는 6개월의 준비를 마치고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가
6개월 전 이곳 문정동 본당으로 발령받고 오기까지 살아왔었다.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는 인간이 사람의 무리를 떠나 혼자 산다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마 저도 제 몸의 병이 아니었다면 제 인생에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제가 산 속에서 혼자 살아간 기간은 모두 1년 반 뿐이 안 됐었지만
그 기간은 제 인생에 있어서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공간적'으로 혼자 있을 때보다 '정신적'으로 혼자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혼자라고 느낄 때 더욱 그러하다.
제가 공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 혼자'라고 느낀 때는 언제였던가?
저는 혼자 산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차례의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수술을 받으러 수술실로 들어갈 때 나 혼자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저 혼자 지리산으로 들어갔을 때이다.
이때는 철저하게 '나 혼자'임을 느꼈었다.
철저하게 나 혼자임을 느꼈을 때, 저는 저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또 그러했기에 '제 꼬라지'를 올바로 알아 볼 수 있었고,
또 그러했기에 '하느님'을 찾아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엘리야가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크고 강한 바람 속이 아니고 지진 속도 아니고 불 속도 아니라
모든 것이 지나간 뒤에야 조용하고 부드러운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느님의 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럽기에 영적이고 정신적으로도
고요한 상태에서만이 하느님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복음과 다른 성경에서도 예수님이 당신 혼자 기도하시려고
따로 산에 오르셨다고 전하는 기록을 보아도 예수님은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예수님이 기도하시려고 혼자 따로 한적한 곳을 찾으셨다는 사실을 갖고 우리는
그것을 오늘날의 '피정'으로 비유하며 가끔 피정을 갖을 것을 촉구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은 피정, 그 이상의 것으로 이해한다.
하느님과 만나기 위하여 '스스로 철저히 혼자됨'을 느끼기 위함으로 이해한다.
사람이 철저히 혼자임을 느낀다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저는
'자신의 미약함과 비천함'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 앞에선 인간은 진실로 미약하고 비천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다.
그것을 체험하지 못하면 절대로 하느님께 다가설 수 없는 것이다.
여러분 자신은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
자신이 철저히 혼자임을 느낄 때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아마도 오늘 바오로 사도가 제2독서에서 고백한 그대로
'커다란 슬픔과 끊임없는 아픔이 마음 속에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자신의 슬픔과 아픔, 즉 자신의 외로움을 껴안아 줄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아닌 단 한 분 '하느님밖에 없음'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누구'입니까?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하고 있습니까?
'가족'과 함께 하고 있습니까?
언제까지 가족과 함께 하고 있을 것입니까?
지금 진정, 가족과 함께 하고 있습니까?
가족이 '나'이고 내가 '가족'입니까?
'친구나 동료'와 함께 하고 있습니까?
언제까지 친구나 동료와 함께 하고 있을 것입니까?
지금 진정, 친구나 동료와 함께 하고 있습니까?
친구나 동료가 '나'이고 내가 '친구나 동료'입니까?
진정, 그들 속에 그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들 속에 혼자인 '나'입니까?
혹시 혼자인 나라면,
나를 찾아 가끔 혼자 따로 나설 생각은 없으십니까?
"나는 도대체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