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주님 봉헌 축일(2.2) 고찬근 루카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5-02-02 14:39 조회48회본문
* 주님 봉헌 축일 (루카 2,22-32)
“봉헌, 청빈과 정결과 순명”
유럽이나 미국 여행을 하면 노인 부부가 정답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입니다. 곱게 늙어간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렇게 곱게 늙어간 사람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시메온이라는 노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는 평생 의롭고 독실하게 그리스도만 기다리며 살아왔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에게는 구세주 예수님을 만난 것이 인생의 완성이었습니다. 만약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면 아무리 나이를 먹어 늙어도 구세주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도 오늘 복음의 시메온 노인처럼, 구세주 예수님이 삶의 모든 것이 되도록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고도 또 필요한 다른 것들이 많은 그런 욕심을 거두고, 예수님 사랑 안에 곱게 살고, 곱게 늙고, 곱게 떠날 준비를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예수님은 오롯이 봉헌된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우리 인류에게 봉헌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되시고, 인간의 규정과 방법을 따르며 인간 세상에 완전히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인류를 위한 용서와 구원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바치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이제 우리 시대에는 그 예수님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예수님께 바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바로 ‘봉헌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입니다. 오늘은 수도자들의 축일입니다.
수도자들은 ‘청빈과 정결과 순명’을 서약합니다.
청빈, 수도자들은 가난합니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편리함을 포기하고도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정결, 수도자들은 고독합니다. 수도자들은 오직 예수님만 생각하지,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이나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순명, 수도자들은 공동체 생활을 합니다. 이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고, 겸손하게 공동체 규율에 순명해야 합니다.
이런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삶은 바로, 자신을 죽이는 결단과 아픔이 필요한 삶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봉헌 생활의 날에 초를 축성합니다. 자신을 태워야만 빛을 내는 초,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어야 빛을 비출 수 있는 초, 이 초처럼 봉헌 생활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도자들의 정신과 삶의 방식을 존중해서, 그들을 너무 세속적인 환경에 놓이게 해드려서는 안 됩니다. 또한, 그들이 우리에게 빛을 비출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해 드려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의 모든 봉헌 생활자, 수도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 드립시다.
받으시옵소서
최민순(사도요한) 신부
받으시옵소서
황금과 유황과 몰약은 아니라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영혼이 있습니다
본시 없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 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갈마드는 세월에 삶이 비록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늙을 줄이 있으리까
심어 주신 사랑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도로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영원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몸
이 가난 이 더러움 어찌 하오리까
이 가난 이 더러움 어찌 하오리까
님께 바칠 내것이라곤
이밖에 또 없아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아 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이 믿음이오라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같은 나의 죄 눈같이 희어지리다
진흙같은 이 마음이 수정궁처럼 빛나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