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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성탄 대축일(12.2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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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12-26 09:50 조회64회

본문

* 성탄 대축일

 

 

작은 예수의 탄생, 가장 큰 사건

 

영원 같은 과거 어느 날 하느님의 말씀이 온 우주를 창조하셨습니다. 이 시대 과학자들은 그것을 빅뱅(Big bang)이라고 부릅니다. 창조의 그날 이후, 얼마의 세월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이 시대 과학자들은 그것을 약 백오십 억 년이라고 말합니다. 백 년이 백 번 지나야 만 년이고, 또 그 만 년이 만 번을 지나야 일억 년인데, 그 일억 년이 백오십 번을 다시 지나야 하는 세월입니다. 천년에 한 번씩 천상의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집채만한 바위를 옷깃으로 한번 쓸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는 일을 반복하여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보다 훨씬 긴 세월이랍니다.

 

시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의 그 긴 세월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수천억 개의 태양을 가진 은하계가 수천억 개가 생겨났고, 생명체가 생겨났고, 작은 박테리아가 공룡으로 커지기도 했고,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으며, 털 많은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말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전기를 발명하고 기뻐하더니, 또 어느 날은 텔레비전이라는 신기한 통을 만들어 열광하고, 지금은 컴퓨터와 핸드폰이라는 것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우주 역사 중에 가장 큰 사건을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 사건이 바로 창조주 하느님이 스스로 피조물이 되신 사건, 즉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보이는 작은 아기가 되신 사건, 바로 예수 성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창조된 세상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시고, 새로운 창조를 위해 하느님이 스스로 세상에 들어오신 사건입니다. 그 새로운 창조란, '사랑으로 세상을 치유'하고 바로 잡는 작업입니다. 슬픔과 절망과 무의미로 가득 찬 세상에 희망의 빛을 비추고, 참 행복과 참 평화를 돌려주는 작업입니다.

 

말랑말랑하여 먹기 좋은 아기 예수님은 병든 세상을 치유하는 사랑의 약입니다. 사랑으로 먹히기 위해 오시는 아기 예수님, 그렇게도 무거운 우리 죄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실 청년으로 성장하실 아기 예수님, 끝까지 회개하지 않고 자기 죄도 모르는 죄인들을 위해 하느님께 용서를 빌어주실 예수님. 그 구세주가 겸손한 마리아의 자궁을 통해 세상에 나오시고, 냄새나는 말구유 위에 놓이신 것을 우리는 기뻐합니다. 우리의 욕심과 미움과 상처는 바로 예수님의 구유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혼돈스러운 이 세상에서, 세월이 빠르다며 한탄만 하며 의미 없이 세월을 보내던 우리는, 그분의 탄생을 바라보며 하던 일을 모두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그분께 우리는 경배해야 합니다. 사랑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오히려 상처 입고 빼앗기고 오해만 받았던 그 설움을 그분은 위로해 주실 것입니다. 항상 이겨보려고 노력했지만, 번번이 패했던 죄와의 싸움에서 이제는 다시 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아기 예수님의 고사리 같은 손을 보십시오. 그 손은 바로, 땅을 흔들며 저벅거리는 군화도, 피 속에 뒹군 군복도 모조리 태워버리실 위력을 가진 손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세상의 모든 폭력을 종식시키실 손입니다. 그 아기 예수님의 천진한 웃음과 눈동자를 바라보십시오. 내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인자하게 바라보실 그 눈동자, 그리고 내 어깨를 두드리며 용서하시고 호탕하게 웃으실 그 얼굴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오신 아기 예수님의 은총으로 여러분의 모든 슬픔과 괴로움이 위로받고, 또 세상의 모든 약자들의 탄식과 신음이 멈추고, 이 사회의 모든 배운 자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들의 굳어진 마음이 사랑으로 녹아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가 준비하지 못했어도, 세상 사람들이 하던 일에 바쁘고 사랑에 무관심해도, 아기 예수님은 세상에 탄생하셨습니다. 놀라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온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성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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