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다해 대림 제1주일(1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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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12-01 14:47 조회38회본문
* 대림 제 1주일 다해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매년 이맘때 대림절을 맞게 되면 왠지 마음이 쓸쓸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일 년이 벌써 마지막 달을 맞이하고, 열심히 살아온 것 같지만 별다른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니 말입니다.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늘 부족한 느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이 대림절에 그분을 기다리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이 세상 종말에 오실 ‘사람의 아들’을 깨어서 잘 준비하여 맞이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의 시작이 있었듯이 언젠가 이 세상의 종말도 있을 것입니다. 그 종말이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벌써 지금, 이 세상에서 종말의 징조를 볼 수 있습니다. 엄청난 지진 해일 쓰나미 재앙도 겪었고, 산업발전에 따른 지구 온난화에 의해 폭풍과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지고, 불안한 국제 정세에 핵무기는 점점 더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무서운 전염병들이 생겨나고, 굶어 죽는 가난한 사람들도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의 이런 징조들을 보고도 그저 시집가고 장가들고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다가는 그 마지막 날이 갑자기 닥치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징조들을 종말의 징조로 볼 줄 알아야 하고, 그것들을 보고 회개하고 보속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잘못하여 망가졌지만 우리가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이미 훼손되어 어쩔 수 없는 피조 세계를 위해서는 재를 뒤집어쓰고 가슴을 쳐야 합니다.
교우 여러분, 대림절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겸손을 뜻합니다. 우리가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해져만 갑니다. 우리 힘으로 안 되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의 아들 예수님을 기다립니다. 정의로 이 세상을 심판하고, 사랑으로 선한 사람들을 구원하시고, 권능으로 새 세상을 만드실 그분을 우리는 기다립니다. 정의의 칼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고, 선한 사람들이 박해 받으며, 새 세상이라며 고층빌딩만 짓고 있는 이 세상에, 예수님이 꼭 오셔야 합니다. 예수님만이 참 심판자이시며, 참 구원자이시며, 참 창조주이십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사에 시달려 허리도 못 펴고 사는 우리 인생,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한계를 인정하고 이제는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나를 도와주실 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의 부족함과 한계 속에 우리는 절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절망할 줄 모르면 희망할 줄도 모릅니다.
절망이 희망을 부르고, 희망은 믿음으로 자라며, 굳센 믿음은 새로운 현실이 됩니다.
“주 하느님 자비로이 천국 문을 여시고 메시아를 보내소서. 우리들의 구세주. 어두움이 깊은 밤에 새 생명이 그리워 비탄 속에 눈물로써 너를 고대하도다. 임하소서. 주여 오소서.” (가톨릭 성가 89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