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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09.1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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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9-18 09:26 조회8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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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 (루카 12,15-21)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농사를 지었습니다. 봄부터 여름 내내 고생하여 농사짓고, 가을이 되면 그 소출을 거두어들였습니다. 보름달이 크게 뜬 가을 저녁, 가족들이 모두 모여 풍성한 음식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습니다. 추운 겨울과 내년 농사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가을만큼은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길 줄 알았습니다.

 

현대인들의 추석명절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미리 가는 성묘, 뛰는 물가, 과대 포장된 선물, 예매가 어려운 귀성열차, 느림보 고속도로, 피곤한 귀경길. 여유와 즐거움보다는 고생이 더 큽니다. 옛날보다 잘 살게 되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마음의 풍요로움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해지는 가을 저녁, 어딘가로 정겹게 술 익는 마을을 찾아가고 싶지만 그런 곳이 다 없어져 버렸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너무 바쁘지 않습니까? 우리의 걱정이 너무 부질없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의 미움이 너무 바보 같지 않습니까? 없이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인생길을 예수님이 가르쳐 주셨건만, 우리는 아직도 있으면 행복해하고, 없으면 불안해하면서 어리석은 부자의 길을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평수 큰 아파트로 옮길 때까지, 노후보장을 위해 몇 억을 만들 때까지, 만남도 사랑도 베품도 뒤로 미루는 어리석은 오늘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잃어버린 오늘들을 어디에서 다시 찾을 수 있단 말입니까?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밤 갑자기 내 영혼을 거두어 가시는 하느님이 두려우십니까? 그렇다면 오늘을 즐기고 사랑하십시오. 하느님은 지금, 여기서, 오늘, 마음껏 사랑하는 우리들을 보고싶어 하십니다. 당신이 빚으신 생명이, 십자가로 구원하신 그 생명이 곡식 창고 안에 갇혀있는 것을 안타까워하십니다.

 

올해도 추석 명절을 지내며, 잘 즐길 줄 아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작은 것으로도 기뻐하고, 없어도 나눌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 떠날지도 모르는 이곳, 오늘 밤 헤어질지도 모르는 우리 이웃, 우리 가족들입니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루카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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