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22주일(09.01) 고찬근 루카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9-01 16:02 조회856회본문
* 연중 제22주일 나해
“마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알기가 어렵다는 말인데, 과연 사람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사람은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행동합니다. 자꾸 생각하면 그것이 마음이 되고, 마음은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행동은 책임이 동반되는 것이고, 마음이 바로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음은 어떻습니다. 미움과 욕심 속에 있습니까? 용서와 사랑 속에 있습니까? 별의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쉼 없이 우리의 마음속에 일어납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중 어떤 것을 붙잡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마음입니다. 그러므로 마음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악한 것들이 사람의 마음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고 말씀하십니다. 손을 씻지 않아 더러운 것, 즉 외적인 더러움은 큰 문제가 아닌데 보이지 않는 속마음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특히 타인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피해를 주는 그 마음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바로 나쁜 마음에서 나온 악한 것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어리석음'이 그 안에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어리석음이란, 의도하지 않고 나오는, 본인도 모르는 잘못일 텐데, 예수님은 그것도 악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모르고 범하는 잘못이 알고 범하는 잘못보다 그 폐해(弊害)의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리석음 같은, 자기도 모르는 죄를 더 경계해야 합니다. 알아야 할 것을 모른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쨌든 예수님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가르침의 요점은, 마음을 잘 관리하라는 말씀입니다. 마음에서 모든 번뇌가 나오고, 마음에서 모든 번뇌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선한 사람도 되고, 악한 사람도 되며, 행복한 인생도 되고, 불행한 인생도 됩니다. 그런데 마음 다스리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잠시 넋을 놓고 있으면 그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 찾기가 어렵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 예수님도 좋은 생각, 아름다운 생각, 좋은 길로 가게 하는 생각, 평화를 가져오게 하는 생각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셨습니다. 그렇게 찾은 생각들을 당신 마음으로 만드시느라 늘 기도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자주, 조용히 명상하면서 우리 안에 일어나는 많은 생각들을 바라보고 흘려보내고, 좋은 생각은 내 마음으로 만드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로 좋은 생각을 많이 하여, 가슴에 고운 마음이 간직되면, 그 마음이 이웃을 찾는 아름다운 발길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인생의 진정한 길이란 마음의 길입니다. 마음의 길은 바닷길 같아서 어디로든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욕심과 미움이 가득 찬 마음으로 산다면 고통과 번뇌의 섬에 도착할 것이고, 우리가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갖고 산다면 어느덧 행복과 평화의 섬에 다다르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이 두 팔 벌려 반겨주시는 그곳 말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