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11.26)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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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1-26 15:22 조회3,869회본문
* 그리스도왕 대축일 가해
“왕의 조건”
오늘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역사 속에는 많은 왕이 있었고, 지금도 여러 모습의 최고 지도자들이 각자의 국민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왕이 바람직한 왕일지 오늘 한 번 생각해봅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론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통치자에 대해 논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계급사회를 인정했고, 조화로운 계급사회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절제와 정의라는 덕목을 완전하게 갖춘 통치자가 필요한데, 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바로 철학자라고 주장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군주론에서, 군주는 때로는 존경받는 사자 같이, 때로는 지혜로운 여우 같이 통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주는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에 능해야 하는데, 나라를 번영시키기 위해서는 배신도 할 수 있고, 잔인함도 지니며, 인간성을 포기하기도, 신앙심조차 잊어버리기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토마스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자신의 책에서 이상향(理想鄕)을 논하면서, 이상향에는 욕심 없는 공동소유제(共同所有制)가 이루어져야 하고, 백성은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통치자는 국민의 도덕적 양심에 의해 선출되며, 그가 반역하지 않는 한 종신적(終身的)으로 국민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이상향에는 극소수의 법률만 필요하고, 덕(德)이 존중되고,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풍요롭게 소유하며, 교육이 잘 보급되고, 정치는 민주적이며,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다 했습니다. 그야말로 이상향이지요.
교우 여러분, 왕이란 존재가 자동적으로 군림해도 되는 그런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가 잘못하여 국민이 손해를 보고, 고통스럽게 되어도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받들어야 하는 그런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경우가 있다면 종족의 번식을 책임진 여왕벌에게나 해당되지 않나 싶습니다.
진정한 왕이란, 자신을 위하지 않고 백성을 보살피고 사랑해주는 존재입니다. 백성을 보살피고 사랑해주면, 그런 왕은 당연히 섬김을 받고 존경과 사랑을 받습니다. 온 우주 만물의 창조주 하느님이 그런 왕이십니다. 하느님은 엄청난 우주와 작은 들꽃까지 돌보시며, 고통에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는 분이십니다. 당신이 원하시는 것은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모든 피조물이, 당신의 백성이, 보기 좋게, 행복하게 존재하는 것 그뿐입니다.
그 하느님을 우리는 직접 뵈옵지는 못하였지만, 그 우주의 왕이신 하느님을 알게 해주시고, 사랑으로 충만한 그분의 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그 예수님을 하느님과 같은 분으로 여깁니다. 오늘이 바로 그 예수님이 온 누리의 임금이시라고 고백하는 날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시대와 사상과 환경에 따라 적당한 통치자들이 있어왔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예수님 같이 겸손하고 헌신적이며 사랑이 충만한, 따뜻한 마음의 통치자가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부디 이 시대, 이 땅의 통치자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