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의 날(11.02)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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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1-02 16:48 조회3,030회본문
* 위령의 날
“종말의 신호”
우리는 항상 오늘을 살고 내일을 준비합니다. 내일 일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오늘 성실히 준비하면 내일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우리는 압니다. 내일 뒤에 내일, 그 내일 뒤에 내일, 그 나중 뒤에는 내일이 죽음입니다. 그러니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내일을 준비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실제로도 내일은, 오늘의 내가 죽고 새로운 내가 사는 것입니다. 나날이 신체도 변하고 생각도 변해가니 매일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부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내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으므로 우리는 단지 성실하게, 착하게 오늘을 잘 살면 됩니다. 선함과 아름다움과 사랑과 친절과 도움으로 애쓰며 내일을 준비하면 됩니다. 오늘 성실히 준비하면 내일이 아름다울 것이고,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 준비한 그 성실함이 아름다운 천국의 문을 힘껏 열어줄 것입니다. 혹, 내일 내가 죽지 않는다면 나는 내일의 천국을 앞당겨 살수도 있는 것입니다. 천국은 성실히 준비하는 사람에게 오늘이나 내일이나 언제든지 열리는 세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 그다음 날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내일의 하나이며, 내가 떠난 후 남겨진 사람도, 떠나온 나도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뿐입니다. 하루하루 내일을 준비하며 성실히 살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천국에 가 있을 것입니다. 종말이란 미래에 다가올 멸망의 개념이 아닙니다. 종말이란 우리를 겁나게 하고 조급하게 만드는 불안의 지점이 아니라, 오늘을 마지막처럼 잘살게 해주는 신호입니다.
오늘이 용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 내가 살아온 인생의 모든 부분을 사랑한다고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내 옆에 있는 이에게 사랑한다 말하며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종말과 죽음이 존재하는 명백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