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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해 연중 제20주일(08.20)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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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8-20 15:34 조회3,294회

본문

* 연중 제 20주일 가해

 

 

승복(承服)”

 

하느님의 제일 중요한 본성(本性)이 사랑이십니다. 우리 인간은 그 사랑을 충실하게 닮음으로써 하느님의 신성(神聖)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의 신성을 닮았다고 해서 하느님과 같다는 것은 아닙니다. 엄연히 하느님은 창조주이시고 우리는 피조물입니다. 하느님은 베푸시는 분이시고 우리는 베풂을 기원하고 받아 누리는 존재입니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세상에는 신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주 만물은 우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들은 존재의 근거(根據)문제에 대하여 깊이 파고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 존재하다 사라져가면 그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하면 신이 있어도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상에 고통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신은 우리와 무관하고, 어쩌면 무능하고, 별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영원하고 전능한 존재이신 창조주 하느님이, 사랑의 힘으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랑으로 우리를 돌보시며,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바라신다고 믿습니다. 또한, 우리가 스스로 초래한 것일지라도, 우리의 슬픔과 고통이 너무 심하게 되면 그것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분이 하느님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전에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불순종 때문에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신은 없다. 신은 우리에게 무관심하다. 신은 의미 없다. 고통을 주는 신이다, 신은 필요 없다." 세상이 이렇게들 말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 신앙은 철저한 '승복(承服)'의 신앙입니다. 즉 하느님의 존재를 확실히 인정하고, 그분의 뜻을 정성껏 따르는 신앙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한 그 여인은 이방인으로서 당시의 잡신(雜神)을 섬기던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나고서는 '주님, 주님' 하면서,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자비를 청합니다. 예수님은 자비를 베푸시는 주님이시고, 자기는 충성을 다하며 주인의 자비를 청하는 강아지의 입장이라는 것을 확실히 고백한 것입니다.

 

거기서 '자비와 충성'이 서로 만났습니다. 창조주와 피조물, 즉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성이 드러났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자비를 베푸시는 존재이고, 우리 인간은 하느님께 충성하면서 자비를 청하는 존재입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는 일은 무례한 일도 아니고 창피한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 부족한 존재, 실수하는 존재입니다. 하느님은 그런 불완전한 우리가 완전한 존재가 되도록 창조사업을 계속 진행 중이십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우리는 점점 더 하느님의 완전성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디 우리가 견디기 힘든 실패와 고통을 만났을 때, 인내가 고갈되고, 교만이 고개를 쳐들고, 절망에 고개를 떨구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은 자비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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