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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07.0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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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7-06 09:34 조회2,9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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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

 

 

죽기를 각오하고

 

우리는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을 잘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인생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잘 죽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이 바로 삶의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고, 또한 잘 죽어야 잘 산 것이 됩니다. 사람들의 죽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갑자기 죽는 사람, 잘 준비하여 죽는 사람, 원망하며, 절망하며 죽는 사람, 후회하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죽는 사람, 평화롭게 죽는 사람, 희망을 가지고 죽는 사람, 축제처럼 죽는 사람 등등. 여러분은 여러분의 죽음이 어떤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죽음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십니까?

 

오늘 성 김대건 순교자 축일을 맞이하여, 여러 가지 죽음 중에서 순교(殉敎)’라는 죽음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순교자는 라틴어로 마르띠르(martyr)’라고 하는데 그것은 증인이라는 뜻입니다. 신앙이라는 것은 나 개인의 일이 아니라 세상에 하느님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창조주 하느님은 당신이 세상을 사랑하신 것처럼 세상도 당신을 알고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사랑을 받은 우리는 하느님 원의를 채워드리는 삶, 즉 하느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을 가장 잘 증거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순교입니다. 순교는 제일 소중한 자기 목숨까지 내놓음으로써 하느님을 증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순교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극치이고 기도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 교인의 씨앗이다.”라는 떼르뚤리아누스 교부의 말씀처럼 순교는 가장 큰 전교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나라 첫 사제이신 김대건 신부님은 첫 사제로서의 당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순교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무슨 일을 처음으로 한다는 것은 떨리는 일이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종교박해로 사람들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온통 피로 물든 이 땅에 첫 사제로서의 임무는 정말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의논 상대도 없고, 앞서간 선배들의 가르침도 없는 마당에서 순교를 받아들이기 위해 김대건 신부님은 피땀 흘리는 고민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분은 결국 순교의 길을 가셨고, 첫 사제로서 우리 조상들에게 하느님을 확실히 증거하셨으며, 전교의 씨를 잘 뿌리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자랑스런 순교자 첫 사제를 모시고 있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각박한 현대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김대건 신부님처럼 하느님을 잘 증거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의 주인은 바로 사랑과 평화를 원하는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증거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 우리도 순교해야 한다면 순교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순교는 하느님이 주시는 큰 은혜입니다. 우리가 순교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은 인간적인 훈련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 영에 의해서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순교를 결심할 것이 아니라 순교의 은혜를 청해야 하는 것입니다.

 

부디 우리가 순교의 은혜를 청하며 이 세상에서 죽기를 각오하며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죽기를 각오하면 안 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초기 한국교회보다 어떤 면에서 더 열악하다면 열악한 현대사회는 더 많은 순교가 필요한 때입니다.

 

옛날에는 외부의 적이 교회를 박해했었지만, 지금은 내부의 적이 더 문제입니다. 그것은 영적인 생명이 아니라 물질적인 목숨에만 집착하는 우리 시대의 풍조와, 순교의 효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무력감입니다. “사는 동안 잘 살자. 나 하나 희생한다고, 나 하나 죽는다고 뭐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그 무력감 말입니다. 순교라는 것은 영적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물질적인 것들을 포기하는 일입니다. 즉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나의 목숨을 내놓는 용기있는 사랑입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마태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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