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06.1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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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6-11 16:10 조회4,017회본문
*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가해
“사랑 덩어리”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질문처럼,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는 질문도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쉽게 지나갈 때, 아침 먹고, 조금 있다 점심 먹고, 또 조금 있다 저녁 먹으면 하루가 다 지나가는 그런 느낌일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부들에게는 하루라는 것이 세끼 밥 준비만 하다가 끝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합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이런 말도 있지만, 별로 좋은 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우리 인생이 결코 먹기 위해서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이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먹는데 기울입니까?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식물은 물과 햇빛을 먹으면 예쁜 꽃을 피웁니다. 우리는 매일 세끼를 먹고 어떤 꽃을 피웁니까? 우리 인간은 육체의 양식을 먹고 영혼의 꽃을 피우는 존재들입니다. 영혼의 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인데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영혼의 꽃을 잘 피우기 위해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다른 사람들은 먹지 못하는 정말 좋은 것을 먹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체와 성혈, 즉 예수님의 몸과 피입니다. 오직 사랑을 위해 살고 죽으신 예수님의 몸과 피이기에 성체는 바로 ‘사랑 덩어리’이고, 성혈은 바로 ‘사랑의 즙’입니다. 우리는 매번 미사 중에 사랑 덩어리를 씹어먹고, 사랑의 즙을 마십니다.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라고 파견됩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죽으심으로써 내어놓으신 것이 바로 성체와 성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체와 성혈을 모실 때 사랑을 위한 예수님의 고뇌와 결단과 고통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의 고뇌와 결단과 고통을 헛되게 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의 죄 때문에 당신의 몸을 내놓으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깊이 통회해야 합니다. 죄의 용서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의 몸을 모시면서 우리가 아직도 죄 중에, 미움 중에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우리를 사랑해주시기 위해 당신 몸을 바치신 예수님께 감사의 정을 가져야 할 것이고, 그 감사함에 대한 보답으로 사랑의 실천을 굳게 결심해야 합니다.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미사와 영성체는 그야말로 예수님의 죽음을 헛되게 하는 또 다른 배반입니다. 통회가 없고, 감사가 없고, 사랑 실천이 없는 미사와 영성체는 주술행위요 비타민 복용에 불과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미사 중에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하여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십니다. 예수님의 몸을 먹으면 우리가 사랑으로 살찌고, 예수님의 피를 마시면 우리 몸에 사랑이 흐릅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런 우리 몸을 배고픈 이웃들에게 내어놓아야 합니다. 우리 사랑의 피를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수혈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모시는 우리의 몸뚱이는 더이상 고깃덩어리가 아닙니다. 예수님을 모시는 우리의 몸은 사랑 덩어리입니다. 먹히기 위한 사랑 덩어리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요한 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