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14주일(07.0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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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7-07 19:03 조회1,091회본문
* 연중 제 14주일 나해
“목수 예수님”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고향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신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뭐야 저 친구? 옛날 그 요셉 목공소집 아들 아니야?” 이 정도의 대접을 받으셨겠지요. 고향 사람들 눈에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아니라 ‘목수 예수’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도사람들의 인사말은 “나마스떼(Namaste)”랍니다.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인사합니다." 혹은 "나는 이 우주를 모두 담고 있는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답니다. 맞습니다. 사람은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부족한 인간’과 ‘아름다운 하느님’을 동시에 담고 있는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게다가 계속 변화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람을 보는 눈은 그 사람 속의 인간적인 면만 보려하고, 일단 형성된 선입견을 버리지 못하며, 늘 과거의 모습만 생각하지 않나 싶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그렇게 만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과거를 묻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그분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친 사람들은 진홍빛 과거를 청산하고 눈처럼 하얀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사람들을 볼 때 그 사람의 과거를 봅니까? 미래를 봅니까? 눈으로 봅니까? 마음으로 봅니까? 잘못된 결과를 봅니까? 노력했던 과정을 봅니까? 과거를 보면 실망일지 모르지만 미래를 보면 희망이 있습니다. 눈으로 보면 인간이 보이지만, 마음으로 보면 하느님이 보입니다. 실패한 결과를 보면 미움이지만, 노력했던 과정을 보면 용서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도 적용해야 할 지혜입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합니다. 스스로를 별로 소중하지 않다고 여기며,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용서해주시고 사랑해주셔도, 정작 우리는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늘 우리 안에 계신 아름다운 하느님을 만날 줄 알고,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지금 이 순간도 또 다른 부끄러운 과거를 만들고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과거는 없습니다. 미워하는 사람도 그때 그 사람이 아닙니다. 한을 품고 산다는 것은 너무나 부질없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평범한 목수 안에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계셨습니다. 그러므로 내 안에서도, 다른 사람 안에서도 하느님을 발견하고 만나도록 더 노력합시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숨결이 남아있는 ‘하느님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