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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2014.12.25) 오대일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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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은희스콜라스티카 작성일15-02-11 00:11 조회16,18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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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예수님의 성탄이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과 구원의 기쁜 소식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특히 어렵고 힘드신 분들, 슬픔과 걱정에 짓눌리고 계신 분들에게 진정한 참 기쁨과 평화를 내려 주시길 기도합니다.

요즘 거리를 지나다니다보면 화려한 트리장식과 거리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캐롤 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트리로 아름답게 꾸민다고 해도, 우리가 예수님의 강생의 신비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의 강생의 신비를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곳은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더럽고 냄새 나는 마굿간이었습니다.

즉, 가장 비천한 장소에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있어 아기 예수님께서 누우실 마굿간은 어디겠습니까?

그곳은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는 추하고, 더러운 자리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들은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 한쪽에는 나 자신도 보고 싶지 않아서 오랫동안 거적대기로 덮어버린 마굿간이 있습니다.

감히 주님은 커녕, 내가 가장 믿는 사람에게도 보여줄 수 없을 만큼 냄새나는 곳, 바로 그곳에 예수님께서 오십니다.

그 자리에서 당신을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내 마음 가장 아픈 곳, 바로 그곳에 아기 예수님께서 태어나십니다.

너무나 추하고 더러운 그곳이 결코 나의 역사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곳은 아닙니다.

나의 약함 때문에, 그리고 타인의 불완전함 때문에, 그리고 불가피한 삶의 파편 때문에 깊이 상처받은 그 자리가 바로 아기 예수님의 첫 번째 마굿간입니다.

 

다음으로 우리의 삶에 있어서 또 다른 마굿간은 우리의 인간관계 안에서 내가 무시하는 사람,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내 삶이 황폐화되는 것만 같고, 제발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 사람 안에 예수님은 태어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 사람 또한 당신이 목숨을 바칠 만큼 존엄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애타게 호소하십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바로 예수님 당신이라고 말씀하시며 그 사람과 화해하라고 촉구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주님의 마굿간은 우리의 일상입니다.

주님께서는 매일 똑같은 것 같고, 별 볼일 없어 보이고, 비전 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상에서 하느님의 뜻을, 아기 예수님을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 자리에서 기쁨과 의미를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자리가 모두 당신의 거처가 되며, 우리가 희망 없이 살지 말기를,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작은 행복들과 가치들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함께 나누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만약 세상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화려하고 흠 없는 곳, 훌륭한 곳,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곳에서 찾는다면, 우리는 결코 예수님을 발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비천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 사소한 것, 작고 연약한 것 안에 당신의 뜻을 감추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주님의 성탄은 바로 세상이 말하는 화려하고 완벽한 것이 최고라는 착각에 종지부를 찍는 하느님의 선언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이 말하는 힘이 아닌 새로 태어난 연약한 아기의 무력함을 축하합니다.

그 무력한 아기가 세상의 구세주임을 경축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무력하고 비천해 보이는 것들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도록 초대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성탄에 담겨져 있는 참된 사랑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도록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끝으로 성탄에 관한 묵상글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아기 예수님,

하늘에서 땅까지 참으로 먼 길을 걸어 우리에게 내려 오셨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엄청난 거리를 사랑으로 좁히려 오셨습니다.

마리아의 몸속에 침묵하는 말씀으로 당신이 잉태되셨을 때

인류의 희망과 기다림도 잉태되었습니다.

당신은 마리아의 태중에서 베들레헴으로 먼 길을 가셨을 때

순례하는 인류의 긴 여정도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이 요셉과 마리아와 함께 숙소를 찾아 헤매실 때

인류도 방을 잃고 서 있었습니다.

가난한 구유 위에 부유한 사랑으로 누우셨을 때

인류와 교회는 낳음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탄생으로 구원의 문이 열리고,

구원의 새 역사가 시작 되었습니다.

한 없이 작아지신 겸손의 아기시여,

우리는 오늘 밤 처음인 듯 새롭게 당신을 구세주라 부릅니다.

우리는 오늘 당신 앞에 천사가 아니어도 기쁨의 노래를 부릅니다.

목자가 아니어도 달려왔습니다.

오늘밤 당신의 탄생과 함께

온 교회가, 온 인류가 당신을 기리며 태어나게 하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님!

사랑이신 당신 앞에 천지가 잠을 깨는 밤

당신을 닮고 싶은 영혼들이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라고 외치며

겸손한 마음으로 당신께 경배 드리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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