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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2015.1.1) 오대일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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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은희스콜라스티카 작성일15-02-17 22:32 조회16,85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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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먼저 새해 첫날을 맞아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라는 새해 인사말처럼 우리 모두, 그리고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복을 듬뿍 받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미움과 거짓, 전쟁과 폭력이 줄어들고 사랑과 진실과 평화가 우리 마음과 세상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 큰 관심을 갖습니다. 특히 새로운 해를 맞게 되면 그 관심은 더 커지게 마련입니다.

과연 한해 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나쁜 일, 골치 아픈 일은 피해가고 좋은 일만 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심풀이로 토정비결 등을 보면서 한 해의 운수를 점쳐보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 신자들은 매 미사 때마다 서로에게 주님의 평화를 빌어줍니다.

 

이와 같이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주는 것은 교회의 오랜 전통에 속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사제들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민수 6,24-26).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복이란 어떤 것일까요?

어려움과 역경은 전혀 없고 그저 행복과 기쁨만이 가득 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하느님께 선택된 성인들, 특히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성모님의 삶을 보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성모님은 구세주의 어머니로서 은총을 가득히 받은 분이셨지만 순탄한 삶을 사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보통 사람들보다 더 힘든 삶을 사셨습니다.

그러나 역경을 당할 때마다 하느님께서는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으셨습니다.

성모님은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해서 당시의 율법대로라면 돌로 쳐 죽이는 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되지만, 약혼자 요셉이 꿈에 천사의 지시를 받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서 위기를 모면하셨습니다.

또한, 헤로데가 갓 태어난 예수님을 죽이려고 손길을 뻗었을 때에도 역시 요셉의 도움으로 이집트로 피신하여 위험에서 벗어납니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의 축복이란, 절망과 낙담만이 남아 있는 곳에서도 힘과 용기를 선사해 주시고, 역경과 고통에서도 깨달음과 지혜를 주시는 손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이 성모님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새해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서 묵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숙명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토정비결이니 사주팔자 같은 것으로 운세를 점쳐볼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우리 인생은 어떤 불확실한 힘에 의해 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는 사람 하나 하나를 지극히 아끼시는 하느님께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은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사랑 많은 어머니처럼 당신이 보시기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비록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항상 순탄하지는 않더라도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가 고갯길을 넘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비록 하느님께서 지금 당장 우리가 고통을 당하는 것을 막아 주시지는 않더라도 그 고통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따라서 올 한 해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따를 수 있으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길 때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 자신의 미래를 송두리째 맡기고 일생을 사신 분이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새해 첫날을 성모님의 축일로 지내는 동시에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한 것입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갈 때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으며, 평화를 간직한 사람만이 주위에 평화를 전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의 원천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지 이천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이 세상은 전쟁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오늘 성모님의 축일이며 세계 평화의 날을 맞이하여 이 땅에 하루빨리 평화가 정착되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평화를 위한 노력은 우리 모든 신앙인들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도 올해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통해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형제애를 끊어버리고 훼손시키는 죄악에 대해서 지적하셨습니다.

즉, 오늘날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는 폐지되었지만 이전부터 인간을 노예로 삼는 현상이 있어 왔으며, 국제 공동체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어린이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살이와 다름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러한 위기에 대하여 교회는 이웃이 누구이든 그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도록, 무관심과 경제적 이유로 눈 감지 않도록 해야 하며, 우리 모두 연대와 형제애의 세계화를 위한 일꾼이 되어 그들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고, 용기 있게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 말씀처럼 올 한 해 우리 모두 하느님 안에서 평화를 얻고, 이웃에게도 평화를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청하면서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얻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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