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성월 묵상 글입니다 –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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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5-09 09:36 조회10,815회본문
* 성모의 달 (루카 2,25-35)
“예수님의 엄마”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었고, 5월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옛날엔 어머니날이었지요. 예수님은 어떤 어린이였을까요? 엄마 성모님은 어떤 엄마였을까요? 요즘 자녀 교육이 너무나 힘들다는데, 그 옛날, 어린이 예수님도 엄마 속을 썩여드리진 않았을까요? 자기 배에서 나온 핏덩이 예수님에게 젖을 먹이고, 걸음마를 가르치고, ‘엄마’란 말을 가르쳐주셨을 성모님. 어린 아들 예수님을 여행 중에 잃어버리고 고생하셨던 엄마 성모님. 아빠 요셉의 일을 열심히 배워서 훌륭한 목수가 되어 가업(家業)을 이어주기를 바랐을 엄마 성모님. 겉으로는 우리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아들과 엄마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당신이 아들을 잉태할 때 천사가 주셨던 말씀을 항상 기억하면서, 또한 아들 예수님이 자라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적인 불안감을 떨쳐 버리실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품에 안고 살고 싶은 아들, 누가 보아도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아들이지만, 언젠가는 당신 곁을 떠나도록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셨을 것입니다. 결국, 어느 날 홀연히, 청년 예수님은 어머니 곁을 떠나십니다. 아들이 가야 할 길이 순탄한 길이 아니라 고통의 길임을 예감하면서, 멀어져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셨을 성모님. 남편 요셉도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들마저 집을 떠나 홀로 남겨진 그분의 마음은 고독으로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하느님을 위해 당신 인생의 소명을 완수하셨습니다. 그분은 어린 예수님을 잘 길러서 하느님께 바치셨고, 인류구원을 위해 큰일을 하도록 놓아주셨습니다. 하느님이 맡기셨던 아들을 흠 없이 길러서 다시 하느님께 돌려드렸습니다. 아들에게 의지하고 싶고, 아들이 가업을 이으면서 가정을 지켜주기를 바랐지만, 세상구원을 위해서 인간적인 바람들을 포기하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자녀들을 어떻게 기르고 계십니까? 장성(長成)한 여러분의 자녀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여러분의 자녀들은 세상구원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세상구원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신 적은 있습니까? 혹시 하느님의 자녀인 그들을 언제까지나 내 품에 안고 내놓지 않으시려는 생각은 아닙니까?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5월 성모의 달을 맞아서, 성모님께서 아들 예수님을 하느님께 바치신 것을 기억합시다. 그분의 인간적인 아픔과 고독을 헤아리면서 성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시다. 그분께서는 소중하고도 사랑스러운 아들을 당신 혼자 차지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해 내어놓으셨습니다. 당신의 가슴은 칼에 찔리듯이 아프셨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점점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지금 이 세상은, 예수님 닮은 젊은이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더 넓게 세상을 보고, 더 깊이 자녀를 사랑하는 길은 여러분도 성모님처럼 자녀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모님처럼 인간적인 바람을 포기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집니다. 고맙게도 하느님의 뜻은 우리 모두의 참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