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해 성령 강림 대축일(05.31) 고찬근 루카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5-31 09:38 조회12,406회본문
* 성령 강림 대축일 가해
“오소서 성령이여”
인생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닙니다. 생로병사. 낳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 그것이 인생입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치킨 집 할아버지를 더 반기게 되고, 학창시절에 우정을 다짐하던 친구들도 다 잃어버리고, 연애시절 뜨겁던 사랑도 식어버리고, 자식들은 제 짝 찾아 떠나고, 외로움에 지치자 온갖 집요한 병들이 친구 하자고 조르고, 남은 것은 허무한 죽음뿐인 것, 그것이 인생 아닙니까?
이런 생각에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너무나 뜻밖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사랑을 받게 되면 인생은 충만한 아름다움으로, 새로운 희망으로 돌변합니다. 미지근한 마음이 다시 뜨거워지고, 고목나무 같던 가슴에 푸른 잎이 돋고, 노란색 꽃들이 피어납니다. 이렇듯이 사람을 뜨겁게 만들고, 적극적인 삶을 살도록 변화시키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다른 이름으로서, 우리를 뜨겁게 변화시키고, 온전히 차지하고, 사랑으로 이끄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성령은 소란한 사람이나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는 사람에게 찾아오시지는 않습니다. 성령은 성령을 받을 준비가 된 사람에게 찾아오십니다. 성령은 고독한 사람에게, 침묵하는 사람에게, 기도하는 사람에게 찾아오십니다. 고독과 침묵과 기도, 이 세 가지가 성령을 받기 위해 필요한 준비입니다.
고독은 단순히 홀로 있음이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침묵은 그저 말 없음이 아니라 하느님께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힘든 대화라기보다는 하느님 안에 휴식을 뜻합니다.
고독은, 욕심 많고 거짓되며 분노에 차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하느님 앞에 겸손한 자신으로 변형되는 용광로입니다. 고독은 자신과 남을 향한 용서를 만들어 냅니다. 침묵은 고독의 조건입니다. 말 많고 말 뿐인 세상에서 벗어나 말의 본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침묵입니다. 그곳으로 가야 하느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말을 배웁니다. 기도는, 고독과 침묵을 통해 얻은 용서의 마음으로 하느님 안에 자신을 내맡기고 쉬는 것입니다. 이로써 하느님의 마음을 느끼는 평화가 우리 안에 시작됩니다.
부디 우리도 고독한 사람이 됩시다. 침묵하는 사람이 됩시다. 기도하는 사람이 됩시다. 그리하여 성령을 받읍시다. 미지근한 삶을 떨쳐버립시다. 성령을 받음으로써 확고하고도 뜨거운 믿음으로 순교까지도 감수하는 적극적인 사랑을 살아갑시다.
“오소서 성령이여, 믿는 이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시며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새사람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에페소 4,23-24)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
(갈라디아 5,22)
가톨릭평화방송 TV 매일미사 중계
http://maria.catholic.or.kr/mi_pr/missa/missa.asp
동경대교구장님의 주일미사봉헌 인터넷 영상 (5/17~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