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승천 대축일(08.1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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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8-16 09:34 조회10,033회본문
* 성모 승천 대축일 (루카 1,39-56)
“예수님의 궁전이신 성모 마리아”
우리는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성모님을 기리는 이유는, 그분이 단순히 예수님을 낳고 기르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이 예수님을 낳고 기르실만한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 속의 '마리아의 노래'는 성모 마리아께서 즐겨 부르시던 노래이고, 그 노래 안에 그분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성모님은 섬세하고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섬세하고 겸손한 사람과 함께 계시기를 원하십니다. 교만하고, 하느님 두려운 줄 모르고, 뻔뻔스러운 사람은 하느님께서 흩으신다고 했습니다.
성모님은 보잘것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못 배운 시골 여인이었기에 예수님을 위해 몸으로 봉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몸으로 봉사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 계셨습니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앞에, 인간의 권세를 가지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은 자기 주제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하느님께서 내치신다고 했습니다.
성모님은 가난한 집안의 사람이셨습니다. 성모님은 육체적인 배고픔을 아셨기에 가난한 이웃의 사정을 알고 함께 할 수 있으셨습니다. 예수님도 배고픈 군중을 빵으로 먹이셨고 당신 스스로 배고픔을 채워주는 빵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은, 부요하고 배가 불러서 이웃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는 오직 상실의 아픔을 주신다고 했습니다.
교우 여러분, 성모님은 겸손하시고, 보잘것없으시고, 배고프셨기에 예수님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늘 남들 위에 올라서려 하고, 더 배우려 하고, 맛난 것을 즐겨 먹는 우리는 예수님을 가까이 모시기가 힘듭니다.
아기 예수님을 뱃속에 모셨던 성모님은 예수님과 함께하는 기쁨을, 말 그대로 ‘배부르게’ 누리신 분이셨습니다. 우리도 잘 먹어서 배는 부르긴 부른데 마음이 공허하기만 합니다. 이 사회가 경쟁을 조장하고, 첨단 지식을 추구하고, 물질적 쾌락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곳에 예수님은 계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겸손하고 순박하고 가난한 시골 처녀의 뱃속을 당신의 궁전으로 삼으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은 천국을 찾고 계십니까? 천국은 과연 배부르고 편안하고 즐거운 그런 곳입니까? 예수님과 늘 함께 있으면 그곳이 천국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예수님을 뱃속에 모셨고, 예수님을 30년 동안이나 기르셨던 성모님께 배웁시다. 예수님을 모시는 비결을, 예수님과 함께하는 비결을 성모님으로부터 배웁시다.
그것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낮아지는 것이며, 복잡한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며, 화려한 맛에 탐닉하여 고급스럽게 배를 불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 젖은 빵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 하는 인생의 쓴맛을 아는 일입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루카 1,5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