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해 연중 제24주일(09.1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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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9-13 16:07 조회9,116회본문
* 연중 제24주일 가해
“용서”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살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용서를 해주며 살아가면 문제가 없을 터인데 우리는 상대방이 먼저 변화될 때까지 끝까지 용서해주지 않습니다. 용서해주면 변화될 터인데 변화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처투성이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것이 용서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를 악물고 어렵사리 용서를 해주기도 합니다. “내가 이번에는 참는다. 그러나 다음에 다시 그러면 그때는 용서 없다.” 온갖 생색을 다 내면서, 조건을 달면서 용서를 해줍니다. 그리고 걸핏하면 그 일을 끄집어내어 상처를 긁어댑니다. 그런 용서는 참 용서가 아닙니다. 진정한 용서는 용서의 흔적, 용서의 기억까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처의 자리에, 용서한 그 자리에 사랑이 자리 잡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손가락질 할 때, 한 손가락은 그 사람을 향하지만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고 고집부리고 있을 때, 하느님은 그런 나를 벌써 일곱 번씩 여러 번 용서하고 계십니다. 남을 용서하는 것은 내가 용서받기 위함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 용서받기 싫다면, 정말 그렇다면,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교우 여러분,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변해가면서, 자존심들이 커지면서 점점 더 용서받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위로받을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십니다. 세상의 인정과 위로를 바라다가는 상처만 늘어갑니다. 그러므로 늘 하느님께 의지하고 기도하십시오. 하느님 당신만 보신다면야, 당신만 아신다면야, 산골짝에 이름 없는 들꽃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모든 아픔과 설움을 맡기십시오. 그렇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 소유할 것도 없고, 더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며, 상처 주는 사람에 대해 측은한 마음도 생길 것입니다.
나에게서 하느님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이 세상에 용서 못 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한 번뿐인 인생, 떠나는 그 날에, 미워했던 기억을 가지고 가시렵니까? 사랑했던 기억을 가지고 가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