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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나해 연중 제23주일(09.0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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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9-08 16:17 조회694회

본문

* 연중 제23주일 나해

 

 

지금 여기

 

예수님은 2천 년 전쯤에 인간 세상에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안 보이는 하느님의 보이는 말씀입니다. 즉 하느님은 사랑으로 충만한 분이시고, 그 사랑으로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고, 그 우주 만물이 보기 좋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분이심을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우주에 커다란 스피커를 켜놓고 큰 소리로 선포하면 될 그 말씀을 잘 알아듣게 하시려고, 말씀이신 예수님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이 굳이 사람이 되신 이유는, 사랑이라는 것이, 특히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것이 말로 잘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인간의 현실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시면서, 그 안에서 울고, 싸우고, 분노하고, 번뇌하고, 모함당하고, 버림받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예언서들의 예언보다, 예수님의 말씀보다, 예수님의 손길과 눈물과 선혈을 더 깊이 기억할 것입니다. 그 안에 살아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인간에 대한 신의 온기(溫氣)를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인간의 삶 속에서, 머리나 말로써가 아니라 몸으로 인간을 사랑해 주신 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은 '인간의 오늘'을 사신 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은 '지금 여기'를 한 번도 외면한 적이 없으십니다. '지금 여기'를 대충대충 지나친 적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결과 지향적인 분이 아니시고,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신 분입니다. 그분은 그저 온 마음으로 눈앞의 사람을 사랑하셨지, 그 사랑의 결과가 어찌 될지는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도 과정을 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과정은 '지금 여기' 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을 과정 또한 '지금 여기' 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정 안에 모든 것이 숨어있습니다. 변화되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십시오. 그것이 전부입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합니다. 있는 것이 없는 것을 설명합니다. 죽음과 신과 미래를 알고 싶지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을 가지고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합니다. 토막 같은 지금의 시간으로, 우주의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카르페 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 현재를 잡아라). 지금 여기(hic et nunc, here and now).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살라. 그 사람을 마지막 만나는 사람처럼 대하라. 이처럼, 지금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지금 여기'를 살고 있습니까? 과거를 그리워하고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오늘이라는 시()를 들려 드립니다.

 

세상에서

너 소유한 모든 것 중

가장 귀중한 것은

오늘이니

 

너의 구원자 오늘은

어제와 내일이라는

두 도적 사이에서

자주 십자가에 달리운다.

 

기쁨은 오직 오늘의 것

어제나 내일이 아닌

다만 오늘

너는 행복할 수 있으리니

 

우리네 슬픔의 대부분은

어제의 잔재이거나

내일에서 빌어 온 것일 뿐

 

너의 오늘을

고스란히 간직하라.

너의 음식, 너의 일,

너의 여가를 향유하라.

 

오늘은 너의 것이니

신께서

오늘을 너에게 주셨다.

모든 어제는 거두어 가셨고

모든 내일은

아직 그분의 손안에 있도다.

 

오늘은 너의 것이니

거기서 기쁨을 취하여

행복을 누리고

거기서 고통을 취하여

사람이 되라.

 

오늘은 너의 것이니

하루가 끝날 때,

나 오늘을 살았고,

오늘을 사랑했노라.“

말할 수 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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