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06.2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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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6-26 09:26 조회1,079회본문
*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날 (마태 18,19-22)
“대물림의 한(恨)”
저희 집안은 이산가족입니다. 제 아버지는 부모님과 일곱 형제를 이북에 두고 내려오셨습니다. 1.4 후퇴 때 피난길에서 모두 잃어버리셨습니다. '곧 다시 만나게 되겠지.' 하고 마음을 달래며 사시다 결국은 돌아가셨습니다. 희망이 절망으로, 절망이 포기로 이어지는 인생을 사셨습니다.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 이산가족 찾기 때 텔레비전을 보시며 밤새 우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매년 추석 같은 명절 때마다 임진각에 가서 북녘땅을 바라보며 눈물지으시던 아버지, 적십자사 추첨자 명단에 한 가닥 희망을 거셨다가 실망하시던 아버지.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평생 한(恨)은 이제 저의 한으로 대물림 되어버렸습니다.
주님께서 오늘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하늘 끝까지 쫓겨났다 하더라도,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그곳에서 너희를 모아들이시고 그곳에서 너희를 데려오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하나 됨을 바라십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바오로 사도가 강조하는 ‘용서’입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용서만이 진정한 하나 됨과 화합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그 용서도 단순한 용서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용서는 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인 용서입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그 용서가 부족하여 오늘날까지 반토막 나라로 살고있는 가엾은 우리 민족을 어찌해야 합니까?
교우 여러분, 오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 남북통일 기원미사를 바치는 지금 이 순간, 숨어서 숨어서 남모르게 묵주를 돌리고 있을 북한의 교우들을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