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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12.27)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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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12-27 16:36 조회8,3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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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가정 성화 주간)

 

 

 

오늘은 2020년 마지막 주일입니다. 올 해를 뒤돌아보면 2020년은 정말로 우리 인생에서 잊기 어려운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불어 닥친 광풍이 전 세계를 뒤 흔들어 놓았고, 우리 개개인의 삶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이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가 매일매일 우리의 삶을 흔들었고, 우리는 앞이 보이지 않고 끝을 알 수 없는 이 길을 가슴을 쥐어짜며 걸어 왔습니다. 그동안 험난했던 이 길의 끝이 더 매몰차게 우리를 내 몰아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여러분 조금 만 더 힘내십시오.

 

 

오늘은 성가정 축일입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 신자들은 성가정을 떠올리면 우선 신앙으로 하나된 가정의 모범으로서 성가정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톨릭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 성가정이라고 말합니다. 또 하나는 훌륭한 모성과 부성의 모델로서 하느님의 아들을 키워낸 마리아와 요셉을 칭송하며 모든 가정이 본 받아야 할 전형적인 모델로서 성가정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가정은 우리 신자들에게 가족과 신앙의 완벽한 모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성가정처럼 문제가 많은 가정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불경스러운 것 같지만 우리가 복음서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만 봐도 성가정은 지금의 우리들처럼 가시밭 길을 걸어 왔습니다. 먼저 마리아는 아빠를 모르는 임신을 했습니다. 지금이야 성경과 신앙을 통해 성령을 통한 잉태라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마리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율법대로라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요셉의 이해와 수용이 없었다면 말 그대로 마리아는 미혼모, 예수는 사생아가 될 뻔 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이집트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헤로데 임금의 박해로 마리아와 요셉은 핏덩이 예수를 데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이집트에 피난가서 살아야 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난민이 된 것입니다. 고향 떠나서 사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아는 우리들로서는 2천년전 그 옛날에 갓난 아기를 안고 타향살이를 해야했던 성가정이 측은하기만 합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어른이 된 후 집 떠난 예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요, 구세주 메시아라고 설교를 하고 돌아다니는 통에 유대교 지도자들이나 동네 사람들에게 모함과 질시를 받아야 했습니다. 집을 떠나 사람들을 이끌고 돌아다니는 것도, 이상한 기적들을 하는 것도, 알 수 없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 설교를 하는 것도 마리아와 요셉에게는 생경한 일이었고, 노심초사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늘 걱정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불경죄와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진 아들의 죽음을 두 눈으로 보아야 하는 황망한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예수의 잉태와 성장을 계속해서 지켜보며 인내로 그를 키워냈지만 이제는 망연자실 십자가 위에 달린 아들의 주검을 보며 피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은 이게 성가정의 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신앙과 가정의 모범으로서 미화된 성가정을 생각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성가정은 남모르는 아픔과 상처, 말못할 고민과 갈등을 늘 품에 안고 살아야 했던 가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성가정 안에서 우리들 모두의 가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행복해 보이고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정일지라도 남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고민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사실은 그게 우리 가정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성가정의 모범이 그런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아와 요셉이 보여주었던 믿음과 수용, 보살핌과 인내가 있었기에 성가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가 없는 가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정에 말 못할, 남 모를 고민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자녀가 힘을 합하여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고 하는 데서 그 가정은 성가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가정은 그런 면에서 우리 모든 가정의 모범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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