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나해 대림 제1주일(11.2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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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11-29 14:37 조회8,312회본문
* 대림 제1주일 나해
“촛불 켜는 대림절”
‘깨어 있어라’, 오늘 복음의 핵심말씀입니다. ‘깨어 있으라’는 말씀은 저 산사(山寺)의 목어(木魚)처럼 눈만 뜨고 있으라는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이 말씀은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에 깨어있으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우리를 깨어있게 놔두지를 않습니다. 엉뚱한 꿈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돈과 쾌락이라는 꿈속에서, 권력과 명예라는 꿈속에서, 시기와 질투라는 꿈속에서 깨어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우리를 미몽(迷夢)에서 깨어나도록 벼락같이 찾아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2천 년 전에 우리에게 오셨던 예수님이십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깨어있는 삶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즉 사랑에 깨어있는 삶을 사시기 위해 그분은 주무실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어느날 뱃고물을 베고 지쳐 주무시던 그분의 모습은 오히려 온전히 깨어있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왔으며, 원 없이 사랑하다가, 사랑의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을 깨우쳐주셨습니다.
또다시 찾아온 대림절입니다.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가 다시 예수님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허황(虛荒)된 꿈에서 깨어나 진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대림절이 되면 대림초에 불을 켭니다. 이 촛불은 우리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기 위해 세상을 밝히는 촛불입니다. 예수님을 기다리면서 잠들지 않도록 켜놓는 촛불입니다.
교우 여러분, 저는 이번 대림절에 여러분에게 제의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매주 촛불 하나를 더 켤 때마다 세 가지씩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입니다. 그 한 가지 소망은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 즉 내가 어떻게 변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었으면 하고 비는 소망입니다. 그것이 내 가족이어도 좋고, 이웃이어도 좋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어도 좋습니다. 셋째 소망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소망입니다. 그것이 어떤 소망인지는 모르지만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소망도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소망과 우리의 소망이 일치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 미사 중에 첫 세 가지의 소망을 비십시오. 그리고 다음 주에 또 세 가지. 그렇게 4주가 지나면 우리는 열두 가지의 소망을 빌게 될 것입니다. 나에게 비는 소망 네 가지, 다른 사람을 위해 비는 소망 네 가지,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소망 네 가지, 이 열두 가지의 소망이 이루어지면 우리의 마음도 밝아지고, 세상도 좀 나아지고, 하느님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디 이번 대림절이 잘 깨어 준비하는 대림절이 되었으면 합니다. 촛불이 다 켜지고 방긋 웃는 아기 예수님이 우리 앞에 오셨을 때, 우리의 마음도 한껏 밝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