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해 연중 제32주일, 평신도 주일(11.08) 김신곤 프란치스코 사목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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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11-08 18:08 조회8,409회본문
찬미 예수님
동경한인성당 사목회장 김신곤 프란치스코입니다.
평신도의 날을 맞이하여 무엇을 말씀드리는게 좋을지 많이 고민되었습니다.
펜데믹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하여 잠시 공유하기로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가장 불행한 장면 중 하나인, 우리 세대가 실제로 그 험한 파도에 휩쓸리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펜데믹이라는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시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습니다. 이 펜데믹으로 인하여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 여기며 누려왔던 보편적인 삶을 휘저어 놓고, 그 와중에 우리는 일상을 차압 당한 채 살고있습니다.
현재 확진자 5,000만명이 되고, 130만명이 사망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역병의 창궐은 전쟁과 함께 인류가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비극적인 숙명이었고,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참혹했던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전쟁보다는 역병의 현장일 것입니다. 특히 중세가 막을 내리고 근세라는 새 장을 여는 계기를 촉발시킨 것은 당시 유럽인구의 1/3인 추측하여 2억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14세기 페스트의 참혹함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전장에서 죽어가는 희생자와는 달리 아직 세균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이 시대의 페스트 희생자는 자기가 왜 죽어야 하는 건지 영문도 모르는 채, 막연히 신의 저주 탓으로만 돌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죽어가는 환자 곁에 있으면 병에 걸리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가족조차 죽어가는 페스트환자를 피했기 때문에 페스트 환자는 가족을 비롯한 어느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홀로 방치된 채 극심한 고통 속에서 외로히 죽어야 했습니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은 "페스트"는 어느날 갑자기 도시 곳곳에 피를 토하고 죽어 나자빠진 쥐들로 넘쳐나는 끔직한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소설의 무대는 중세가 아닌 현대지만, 중세의 흑사병 펜데믹도 이 불길한 전조는 같았을 겁니다.
14세기 유럽을 덮친 페스트는 그때까지 당연시했던 상식과 사회 근간을 유지해왔던 사상체계의 근본까지 뒤흔들어 중세의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 근세에 이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상상밖의 인구의 감소로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되고, 봉건제도가 몰락하고, 많은 성직자도 페스트의 죽음으로 부적절한 교회운영으로 교회개혁이 일어나 잘 아시는 프로테스탄트의 탄생인 종교개혁까지 일어나는 커다란 변화가 펜데믹으로 인한 사실입니다.
페스트 펜데믹은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펜데믹을 이야기할 때 아메리카를 덮쳐서 인구의 90%를 소멸케 했던 신대륙 펜데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청정 대륙이었던 신대륙에 유럽의 침략자들이 퍼뜨린 천연두를 비롯한 전염병으로 인하여 1억명으로 추산되었던 대륙의 인구가 90%나 소멸하고 겨우 10%만 살아남았고, 갑작스러운 인구의 감소로 원주민 화전이 줄어 들어, 다시 살아난 숲이 다량의 산소를 내뿜어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는 바람에 소위 '소 빙하기'라는 자연 현상까지 초래했다고 역사학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천연두 역시 기원전부터 발생하였고, 또한 바이러스 감염으로 치사율이 30%에 달하고,18세기 왁찐이 개발되고, 20세기가 되어서야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침략자가 들여온 전염병으로 인구의 90%가 전멸당하다 싶이한 신대륙은 유럽에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날린 것은 다름아닌 매독이라는 흉측한 성병이었고, 유럽으로 넘어간 이 지독한 전염병은 20년만에 온 지구에 들불처럼 번졌고, 당시에 매독환자를 나병환자 수용소로 보냈는데, 나환자들 조차 같이 수용되기를 반대하는 바람에 별도의 수용소를 따로 세워야 할 정도였고, 특히 그 피해자가 귀족사회에 유행처럼 널리 퍼져서 사회 전체가 피폐해질 정도였습니다.
현세에 들어와서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소위 스페인독감이라고 불리게 된 인플루엔자가 전세계에 창궐하여 5000만명이라는 희생자를 냈습니다. 이 병이 더 무서운 것은 젊은 청년층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사실이었고, 스페인 독감 펜데믹의 온상이 전쟁중의 병영이었기 때문에 젊은이들의 피해가 막대했고, 더이상 전쟁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제1차 세계대전은 서둘러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백의의 천사의 효시로써 나이팅게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전쟁에서 나이팅게일이 활약을 한 것인지 묻는다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 역시 이글을 쓰기 위하여 검색을 하고서야 흑해의 크림 반도로부터 세력확장을 도모하는 러시아를 막기 위해 영국의 연합군과 러시아 간에 벌어진 크리미아 전쟁이 그 배경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고, 그러나 나이팅게일이 명성을 날린 것은 부상자보다 10배는 더 많이 발생한 전염병 이질 환자를 간호하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양쪽 진영의 진짜 적은 양쪽 적군이 아닌 오히려 전염병이었습니다.
과거의 페스트도 크리미아 반도를 통해서 유럽에 전파된 것입니다.
지금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COVID- 19는 이전의 사스와 메르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하여 걸리는 호흡기 증후군입니다. 사스와 메르스는 초기 통제에 성공하여 펜데믹으로 확대되기 전에 막을 수 있었는데, 그러나 COVID-19는 초기 통제에 실패하여 전세계적인 펜데믹으로까지 번졌고,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사투를 보면, 앞으로 우리 인류가 극복해야 할 對변종 바이러스 전쟁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숨가쁘게 변종으로 대처해 온 코로나 바이러스의 행태를 보면 앞으로 바이러스 변종은 매우 힘겨운 싸움의 상대로써 인류의 생존을 가로막는 막강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의존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어 일부 회사는 출근이라는 말이 없어진 곳도 많습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도 바뀐 것도 더욱 말할 나위 없다는 거 잘 아시는 상황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어려운 시기에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고비를 잘 넘겨서, 후세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바램을 담아 기도 하는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드립니다.
주님 우리의 눈이 되어 주시고
우리가 어딜 가든 우리를 굽어 살펴 주소서.
저희를 지혜롭게 도와 주시고, 주님의 은총으로 평화로운 곳으로 이끌어 주소서.
많은 믿음이 있기에 우리 삶이 어둠을 덮을지라도 우리에게 믿음을 주시고, 정의와 희망의 세상을 꿈꿉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평화와 형제애의 상징으로 주님이 주신 힘으로 삶이 평화롭길 빕니다.
간절한 바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