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01.0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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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1-03 16:05 조회7,772회본문
* 주님 공현 대축일 나해
“예수님 알아보려면”
오늘은 예수님의 공현(公顯) 대축일입니다. 예수님 탄생이 공적(公的)으로 알려졌음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헤로데 왕이고, 하나는 동방에서 온 박사들입니다. 헤로데 왕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과 가까운, 예루살렘에 살았지만 예수님이 태어나신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동방박사들은 먼 곳에 살았지만 예수님의 탄생을 알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헤로데 왕은 왜 예수님의 탄생을 알 수 없었을까요?
헤로데는 로마의 앞잡이가 되어 자기 백성들을 다스리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어용(御用)임금이 된 것을 보면 명예욕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찾아내기 위해 동방박사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교활함도 지녔고, 예수님을 죽이려다가 실패하자, 후에 수많은 아기를 학살한 것을 보면 질투심이 무척 강하고 잔인한 사람이었습니다. 명예욕, 교활함, 질투심, 잔인성 이런 것들은 예수님을 알아보는데 장애요소들입니다.
그런가 하면 동방박사들은 그 멀리서도 예수님의 탄생을 알고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드릴 수 있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박사라고 불리우고, 귀한 선물을 준비할 능력이 있었던 것을 보면, 그들도 어느 정도 명예가 있고 부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에 갇혀있지 않고 지혜롭게 하늘의 별을 관찰하며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구세주가 탄생하자 추호의 경쟁심이나 질투심도 갖지 않고 겸손하게 그분을 경배합니다. 지혜와 겸손이 바로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는 필수조건입니다.
교우 여러분, 지금 이 동경에 예수님이 탄생하신다면 우리는 과연 그분을 알아보고 찾아가 경배드릴 수 있겠습니까? 동경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 저 변두리 싸구려 여관 골방에, 어떤 미혼모의 아들로 예수님이 탄생하신다면 우리가 그분을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 이 화려한 네온사인의 숲, 동경에서 주님의 별빛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지나친 명예를 추구하고, 타인을 질투하며, 교활하게 처신하고, 잔인하게 남을 짓밟고 있다면, 우리는 바로 곁에 와계신 예수님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 모든 허망한 질주를 멈추고, 하늘의 별을 보며 겸손되이 용서를 바란다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나타나실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욕심이 헛되고 헛됨을 깨닫고, 더불어 평화로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길임을 알 때, 우리의 눈은 열려 탄생하신 예수님을 보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탄생하신 예수님을 만난다면 우리는 그분께 어떤 선물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황금입니까? 유향입니까? 몰약입니까? 예수님께 드릴 우리의 유일한 선물은 ‘회개의 눈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께는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 더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회개의 눈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