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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가해 연중 제21주일(08.2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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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8-23 17:15 조회9,0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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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21주일 가해

 

 

나에게 하느님은 누구?”

 

오늘 예수님이 하신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주님, 주님하며 신앙생활을 한다면 맹신자(盲信者)’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신앙인의 유형을 다음 세 가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자기 중심형입니다. 이 사람은 하느님을 자기 비서 정도로 여깁니다. 인생의 모든 일을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진행하며, 하느님께는 자기를 돕는 정도의 역할을 부여합니다. 도움이 되면 고맙지만 하느님이 안 계셔도 그만입니다. 신앙생활과 취미생활이 별로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반대로 자기 비하형인데 문제가 많은 유형입니다. 이 사람에겐 하느님이 너무 두려운 존재입니다. 자신을 늘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여기면서 책임과 의무를 작게 만드는 소심한 사람입니다. 항상 익명 속에 안주하고 중립을 선호하는 이 사람은 심판자인 하느님으로부터 자기를 숨기고 싶어 합니다.

 

세 번째 유형은 하느님 중심의 사람입니다. 피조물인 자기 입장을 제대로 알고 인정하며 하느님께 승복하여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하는 겸손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사랑을 충실히 살아가면 행복해지는 이 사람에게 하느님은 고향이며, 목적이며, 구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형의 신앙인입니까?

여러분에게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오늘 복음의 베드로 사도는 이 여러 가지 유형을 다 거친 사람입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팔뚝과 고깃배와 그물만 믿고 살던 어부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그분이 두려워 자기에게서 떠나가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하여 교회의 반석이 된다는 영광스러운 말씀까지 듣습니다. 그러나 이 고백이 끝나자마자 예수님께서 고통과 수난을 예고하시자,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리다가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사탄이라는 욕을 먹습니다.

 

한번은 예수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폭력을 휘둘러 사람의 귀를 잘랐다가 야단맞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을 한 그날 밤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배반합니다. 엉엉 울며 통회한 그는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서 사랑다짐을 다시 세 번 해야 했습니다.

 

이런 무지와 오해, 회의와 갈등의 여정이 끝나고 나서야 베드로 사도는 비로소 진정한 교회의 반석이 됩니다. 이처럼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 안에서 울고 웃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되어 갔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도 믿음이 불완전하고, 사랑 실천도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늘 예수님 안에 머물면서 세상의 어려움과 신앙의 갈등들을 잘 겪어낸다면, 언젠가 하늘나라 열쇠를 손에 쥐고 믿음의 반석 위에 서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예수님과 함께 하고, 예수님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는 바로 그 마음자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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