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해 연중 제19주일(08.09) 고찬근 루카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8-09 17:40 조회9,105회본문
* 연중 제18주일 가해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힘든 일을 다 마치시고 쉬셔야 될 것 같은데 예수님은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다시 한번 당신이 하신 일을 되짚어보고,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셨겠지요. 우리도 어떤 일을 끝마치게 되면 기도를 하면서 다시 한번 되새김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사심은 없었는지, 과장과 허세는 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상처받은 사람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기도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배는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오천 명을 먹이시고, 제자들을 먼저 배에 태워 보내시고, 군중을 돌려보내신 후, 피곤한 몸으로 모처럼 홀로의 기도시간을 가지신 예수님. 한참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들어보니 호수 한가운데 역풍을 만나 풍랑에 시달리는 제자들의 배가 보였습니다. 예수님은 풍랑이 일고 있는 물 위를 걸어 그 배를 향해 나아가십니다.
우리는 모처럼의 휴식과 평화, 또는 나의 안정된 생활을 깨고, 어려움 중에 있는 이웃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항상, 마음은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몸은 그들을 향해 나아가는 생활이 바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의 생활입니다. 풍랑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풍랑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오늘 복음 속의 베드로는 예수님을 온전히 믿지 못했고, 또한 기적적인 힘을 청하는 데 있어 동기가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한번 물 위를 걸어보고 싶었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두려운 마음도 생겼고, 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신앙이란 예수님 그분의 마음이 내 마음을 다스리고, 그분의 능력이 내 몸을 통해 발휘되기를 온전히 바라고 믿는 것인데, 우리는 자주 나의 생각과 나의 능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맘에 갈등도 생기고, 이웃과 상처도 주고받으며, 일의 결과가 좋지 않게 됩니다.
신앙의 과정은 조금씩 내 생각과 내 능력을 포기해 나가면서, 조금씩 예수님다워지는 과정입니다. 예수님의 사고방식과 예수님의 행동방식은 우리 삶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물 위를 걸어도 마음이 편안한 그런 평화 말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의 이 말씀은 '나는 너희를 사랑하고 너희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는 권위 있는 말씀이십니다. 우리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나야, 내가 있잖아, 걱정하지마.”라고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의미가 되어줄 수 있는, 그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참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힘들어하는 너에게 “나야, 내가 있잖아” 이 한마디가 의미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