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해 연중 제18주일(08.02)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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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08-02 18:12 조회9,156회본문
* 연중 제18주일 가해
“머리와 마음”
예수님은 군중을 가르치고 병자들을 고쳐주시느라 늘 바쁘셨습니다. 게다가 오늘 복음 속의 예수님은 세례자 요한의 죽음 소식을 들으시고 마음이 아파 한적한 곳에서 좀 쉬고 싶으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수님의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군중은 많은 병자를 다시 예수님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예수님을 너무 힘들게 하는 군중과 병자들이 좀 야속하게 생각되지만, 예수님은 측은한 마음으로 그들을 모두 고쳐주십니다.
게다가 저녁때가 되어 제자들이, 군중에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여 그들을 돌려보내려고 하자 예수님은 배고픈 그들을 먹여서 보내라고 하십니다. 사람 수가 너무 많고, 먹을 것도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밖에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야 한다고 제자들이 주장했으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명령하십니다. 제자들은 무척 난처해합니다. 결국, 예수님은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리심으로써 빵의 기적을 베풀어 주십니다.
오늘 복음 이야기 속에서는, 제자들의 계산적인 머리와 예수님의 측은한 마음이 계속 대립 되고 있습니다. 늘 머리로 판단했고 틀리지 않았다고 자부했던 제자들은 남은 빵조각을 주워 모으면서 마음으로 느낀 바가 매우 컸을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정보와 지식의 사회라고도 부릅니다. 엄청난 정보와 지식이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특히 인터넷을 통해서 우리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옛날, 불도 만들 줄도 모르고, 토끼 한 마리 잡으려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던 그 시대에 비하면, 현대는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너무나 편리하고, 너무나 먹을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푸른 하늘과 구름과 노을과 별과 달을 바라볼 시간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특히, 언어 없이도 통하던 원시시대보다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핸드폰 덕에 상대방의 위치까지도 파악할 수 있고, 수시로 지금 뭐 하는지 물어볼 수는 있으나, 서로의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는 더욱 알 길이 묘연해졌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은 오직 마음으로 사신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어떤 처지에서든지 상대방의 마음에 동감하셨고, 특히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가실 줄 모르셨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으로 사십니까, 머리로 사십니까? 마음을 상실한 이 시대에 무엇으로 행복과 의미를 찾고 계십니까? 이제 지식은 컴퓨터 안에 다 들어있습니다. 컴퓨터가 우리보다 아는 것이 더 많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일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십진법, 이진법으로 정리할 수 없고, 쓸쓸한 저녁 비 내리면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에 담긴 그 마음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서툴게 날아가는 엄마 잃은 작은 새가 걱정되고,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가던 할아버지의 굽은 등이 생각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마음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누군가 얘기합니다. 마음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오는 데 평생이 걸린다고, 그리고 그 마음이 발까지 내려오기는 더 힘 들다고...
여러분의 마음은 지금 어디쯤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