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연중 제5주간 수요일(02.10)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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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2-10 16:24 조회7,270회본문
* 연중 제 5주간 수요일 (마르 7,14-23)
"서울 까마귀"
일 년여 전 제주도에서 3개월간 지내다가 서울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올라오는 날부터 미세먼지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사제관 옆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까마귀 소리를 들었습니다. 청정지역 제주에서는 매일 듣던 까마귀 소리였지만, 기대밖에 서울에서 그 소리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저 까마귀 친구는 서울 시내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낼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할까? 집은 나뭇가지로 지을까? 철사로 지을까? 우리네 인간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그런 환경을 계속 만들어내고, 좋은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고 소리소리 치면서도 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능 좋은 마스크만, 비싼 물만 잘 팔릴 뿐입니다.
오히려 이 열악한 환경에 온몸으로 적응해가면서 하루를 살아내는 까마귀가 더 성숙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그날 아침에 들은 까마귀 소리는 그들보다 한결 더 어리석은 우리 인간들에게 던지는 웃음소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마르 7,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