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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나해 연중 제5주일(02.0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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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2-07 16:28 조회7,5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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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 5주일 나해

 

 

예수님의 하루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 나날은 날품팔이의 나날과 같지 않은가?

나도 허망한 달들을 물려받고, 고통의 밤들을 나누어 받았네.

 

여러분들의 하루하루는 어떠십니까? 행복하고 보람 있으십니까? 아니면 하루하루가 힘들거나 허무하지는 않으십니까?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늘 바쁘지만, 지나고 나면 별로 한 일도 없고, 의미도 없이 또 하루가 지나가 버린 것 같진 않습니까?

 

수도자, 성직자들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데오 그라시아스!”(Deo Gratias)라고 외칩니다. ‘하느님께 감사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라는 기도로 끝을 맺습니다. 또다시 하루라는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로 시작해서, 미련 없이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평화로 끝을 맺는 그런 하루를 산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하루를 허무가 되게도 하고, ‘의미가 되게도 하는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답을 예수님의 하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하루 스케줄을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전에는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오후에는 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시고,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수많은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잠깐 눈을 붙이신 후, 새벽 캄캄할 때 일어나셔서 기도를 하십니다. 그리고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를 고쳐주고, 마귀를 쫓아내시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다른 고을로 또 떠나십니다.

 

예수님의 하루하루가 구원사업이라는 숭고한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하루가 철저히 남을 위한 시간들로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하루는 남을 돕는데, 남을 위로하는데, 남을 사랑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습니까? 열심히 하루를 산 것 같지만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드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혹은 내 가족만을 위해서 뛰어다녔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은 삼십여 년의 짧은 인생을 사셨지만 정말 불꽃처럼 살다 가셨습니다. 오늘 복음의 하루처럼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위한 시간은 하나도 없이,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돌보아 주셨고, 또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셨습니다. 당신을 먹어야 하겠다는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당신 몸을 내어 주셨고, 당신을 못 박고, 찔러야 하겠다는 고약한 사람들에게도 당신을 내어 주셔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우리, 죄 많으면서도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는 인간들을 위해 다 흘리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은 그야말로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ibus Omnia)이 되어 주신 분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차별 없이 사랑해 주셨고, 우리를 위해 목수, 의사, 선생, 죄인들의 친구 그리고 사형수까지 되셨습니다. 그런 그분 앞에 우리의 욕심 많은 하루가, 조건부 사랑이, 고개를 쳐드는 자존심이 마냥 부끄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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