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사순 제2주일(02.28)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2-28 16:05 조회7,392회본문
사순 제2주일 – 예수님 변모에 대한 이해
어느 날 어떤 할머니 두 분이 지하철을 탔습니다. 김씨 할머니가 핸드폰을 꺼내며 이씨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아따, 내껀 왜 이케 진동이 안 느껴지는지 모르겄어.” 그러자 이씨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지하에 있어서 그랴. 지하는 진동이 잘 안와.” 그러자 김씨 할머니가 “집에서 받아도 진동이 잘 안오던디.”하고 말하자 이씨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그건 그 짝이 지하서 걸어서 그랴.” 그러자 김씨 할머니가 이씨 할머니에게 “지금 나 한티 전화해 봐 확인해 보게” 그랬습니다. 김씨 할머니가 전화를 꺼내며 “엥. 지금은 진동이 쎄게 오는디”라고 말하자 이씨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이놈의 할망구야. 바로 옆에서 거니까 쎄지.”라고 말했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서로 잘 모르면서 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그걸 빗대서 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 변모에 관한 복음 말씀을 들었습니다. 사실 예수님 변모에 관한 이야기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처럼 사실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본 베드로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을 보면 제자들도 그 의미를 잘 몰랐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예수님 변모에 관한 복음이 이 사순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예수님 변모에 관한 이야기를 8월 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들었다면 우리는 눈이 부실 정도의 예수님의 거룩함, 모세나 엘리야 같은 위대한 예언자보다 더 뛰어난 위대함,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신성함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사순 제2주일에 듣는 예수님 변모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예수님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거룩하시고 위대하시고 신성하신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수난을 받아 돌아가시고 부활하실 것이라는 이야기는 제자들의 반응처럼 어리둥절하고 어이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왜 하느님의 아드님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어야 하는가? 거룩하고 위대한 예언자는 그런 고통을 이겨낼 수 없었단 말인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말은 또 뭔 말인가? 그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이해할 수 없고 사실이라 해도 믿기 어려운 현실들이 존재합니다.
코로나는 그런 믿기 어려운 현실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전세계 확진자 1억 1천 4백만명, 사망자 2백53만명. 지난 1년간 벌어진 일입니다. 또 다른 세상에선 사랑했던 가족, 친척, 친구들이 어느 날 병고와 사고로 저 세상 사람이 됩니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로 생각하기도 싫은 군부독재가 되살아납니다. 한국에서는 과거의 학교 폭력으로 얼룩진 망령이 되살아나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이렇게 이 세상에는 아직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 만연하고 기억하기 조차 싫은 부조리와 불합리가 횡행합니다. 그리고 문제는 그 현실 속에서 살아 버텨내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저는 사순절에 듣는 예수님의 말씀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가 우리에게 이런 교훈을 가르쳐 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라.
여러분, 2000년을 이어 온 복음서는 거룩하고 위대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추모하고 애도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이 세상에 오셔서 돌아가시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거룩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으니 얼마나 억울한가?’하는 슬픈 감정을 유발하고 비통한 눈물을 쥐어짜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나는 이 세상에 와서 억울하게도 사람들의 모함으로 십자가형을 받고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 그러나 나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부활을 믿는다. 나의 수난과 죽음이 사람들에게는 좌절과 절망으로 보일지 모르나 부활을 믿는 자에게는 희망과 미래의 표지가 될 것이다. 그러니 부활을 믿고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서는 우리에게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분개하여 좌절하라고 쓰여진 책이 아니라 그런 현실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희망, 즉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처럼 부활의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그러기에 복음서는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생명의 책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메시지를 들으며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는 나와 너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의 현실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크리스천입니다. 수난과 죽음에 머무르지 않고 부활의 희망을 안고 사셨던 예수님처럼, 이 세상 어두운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밝고 희망찬 미래를 건설해 나가는 우리는 크리스천들입니다. 이것이 오늘 사순절에 들은 예수님 변모의 이야기에 담긴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