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가해 연중 제29주간 목요일(10.22)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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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10-23 09:44 조회8,060회본문
* 연중 제 29주간 목요일 (루카 12,49-53)
“싸우십시오.”
소방대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일 것입니다.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신 분이시니 말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불을 지르러 왔고,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불과 분열은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정을 의미합니다.
보통 우리들의 가정은 하느님을 믿는 데 있어 식구들 간에 원만하게 지내는 경우가 적습니다. 그래서 종종 하느님 때문에 다툼도 있고 상처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상처가 있다면 아예 곪아 터지는 것이 더 좋은 것처럼, 냉전이 오래가고, 오랫동안 할 말을 참고, 오랫동안 기다리기만 하는 것보다는 큰 소리로 한 판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특히 하느님을 믿는 일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일,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 뭐 그리 미룰 일이고, 안 좋은 일이고, 말 못할 일입니까?
가족 간에 문제가 생기고, 말을 못하고, 참고 지내게 되는 이유는 하느님을 믿음으로써 얻어지는 열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을 믿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시간, 양보해야 하는 내 뜻, 포기해야 하는 이익들, 즉 그 과정만을 너무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사실, 믿음의 열매가 얼마나 좋은지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루카 1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