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주일(10.1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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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0-10-18 16:26 조회8,108회본문
* 전교주일
“용서와 사랑을 사는 전교”
지금 유럽의 가톨릭과 미국의 가톨릭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는 그래도 성장세에 있습니다. 왜 잘 사는 나라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가톨릭이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도 점점 더 잘살게 되어간다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 가톨릭도 쇠퇴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을까요?
우리 가톨릭이 현대인들의 관심 밖으로 점점 밀려나는 이유를 저는 두 가지로 보고 싶습니다. 첫째는 가톨릭이 현대사회의 변화 물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둘째는 가톨릭 신자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못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보수냐, 진보냐 하고 싸우고들 있지만, 가톨릭도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진리를 수호한다는 의미에서의 보수는 좋겠지만, 새로운 가치에 대한 숙고, 다양성에 대한 포용, 방법에 관한 개혁 등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 가톨릭 신자들이 생활 안정만을 추구하는 기복적인 자세라든가, 사회 공동체성을 포기하고 개인의 구원만 생각하는 소극적인 모습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삶은 현실 도전적이며 사회 개혁적인 삶이셨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전하기 위해 교회와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날입니다. 선진국들의 기울어가는 교회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전교주일은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떠나시면서, 만민에게 세례를 베풀고 당신이 명한 계명을 지키도록 가르치라는 마지막 당부를 하십니다. 세례를 베푼다는 것은 죄에 대한 용서를 의미하고, 예수님의 계명은 사랑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이 마지막 당부 말씀 안에 전교의 방법과 내용이 다 담겨있습니다. 전교의 방법은 용서이고, 전교의 내용은 사랑입니다.
용서는 포용성이며 사랑은 공동체성입니다. 그러므로 용서와 사랑을 살면 전교는 저절로 됩니다. 용서와 사랑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예수님께 용서받고 사랑받은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용서와 사랑의 체험이 없는 사람이 전교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 체험이 없는 사람들이 전교를 할 때, 그들은 섬기는 자가 되지 않고 지배자가 됩니다. 역사의 교훈에서 우리는 그것을 배워 알고 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용서와 사랑의 체험은 우리에게 평화와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용서와 사랑을 통해 얻어지는 평화와 기쁨은 정말 좋은 것이어서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전교는 넘치는 기쁨 속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의무적으로 행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고, 그렇게는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신앙생활에 평화와 기쁨이 없다면, 예수님께 다시 용서를 청하고 그분의 사랑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앞에는 중국과 북한이 있습니다. 전교는 점령이 아닙니다. 전교는 빵 배급도 아닙니다. 전교는 사상교화도 아닙니다. 전교는 용서와 사랑으로 함께하는 삶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