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지긋지긋하게 달라붙어있는 절망, 우리 내면에 질리도록 자리잡은 불신, 우리 정신에 불쑥불쑥 쳐들어오는 증오, 우리 가정의 뿌리깊은 불화, 우리 마음에 스멀스멀 찾아드는 욕심 들은 우리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적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우리는 그 적들을 전멸시키거나 박멸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방법은 백신입니다.

복음의 백신으로 희망을 되살리고, 믿음의 백신으로 신뢰를 회복하며, 사랑의 백신으로 미움을 바꾸어 나가며, 화해의 백신으로 화목을 만들어 나가고, 겸손의 백신으로 절제의 미덕을 살아가도록 힘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우리는 아직까지 살아남은 적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위기와 어려움의 상황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요즘같이 긴장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때론 실없는 농담도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백신이 되리라는 믿음에서 서두에 유머를 말씀 드렸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적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우리 가운데 하느님께서 함께 계셔 주시겠다는 천군만마같은 위로와 힘이 되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이 하느님의 병원에 오셨으니 힘겨운 세상과의 투쟁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희망과 기쁨, 믿음과 겸손의 백신을 한 대씩 맞고 가시기 바랍니다. 그 백신들은 분명히 여러분의 삶을 힘차고 지치지 않게 만들어 주는 항체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