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20주일(08.1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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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8-18 16:17 조회809회본문
* 연중 제 20주일 나해
“나를 먹어라”
언젠가 동료 신부들과 술 한 잔 하러 음식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음식점은 다양한 안주가 나오기로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첫 번째 친구가 나는 간이 안 좋으니 생간을 안주로 먹겠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친구는 나는 위하고 장이 안 좋으니 양곱창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 친구는 무릎이 안 좋다고 도가니를, 다음 친구는 좀 부끄럽지만 무좀이 있으니 깨끗한 족발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좀 망설이다가 비장하게 닭똥집을 시켰습니다. 우리들은 그 친구 어느 부위가 안 좋은지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서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술에 취해 방탕하지 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잘 쓰라고, 어리석은 자 되지 말고 좀 지혜롭게 살라고 그러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과 비유로 가르침을 주어도 깨닫지 못하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적으로 하느님의 전능을 드러내도 그때뿐인 우리에게, 무릎을 꿇고 발을 닦아주는 본을 보여주어도 결코 변화되지 않는 우리들에게, 마지막 극약처방으로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위하셔서 하느님 제단에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그리고 제사가 끝난 뒤 그 제물인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가 남김없이 먹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살과 피는 결코, 시한부 육체를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영혼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곱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곱게 만들어 주는데 필요한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주 만물을 당신 보시기에 좋게 만드는 창조사업을 시작하셨습니다. 그 창조사업의 최고 협력자로 예수님이 돕고 계십니다. 우리의 육체와 영혼은 하느님의 피조물입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보기 좋은 모습이어야 합니다. 보기 좋은 모습은 고운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곧 아름다운 영혼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 예수님을 닮아야 합니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당신의 살과 피를 모두 내어주시는 예수님을 닮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피조물인 우리 영혼이 진화를 한다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진화되어야 하는데, 그 진화의 마지막 모습, 즉 오메가 포인트는 바로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 마음에 드는 아들 예수님의 모습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예수님 안에서, 성령의 도우심으로 아름다운 영혼으로 변화되어 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삶의 내용이고 인류가 진화하는 여정입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창조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 에너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주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과 늘 소통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기도’입니다. 기도 중에 최고의 기도가 성체성사이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아 모시는 일입니다. 즉 예수님을 온전히 닮는 일입니다. 용서의 사람, 자비의 사람, 용기의 사람, 희생과 사랑의 사람, 아름다운 사람 예수님을 온전히 닮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 즉 모든 것을 내어주시면서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그 아름다운 초대가, 그 간절한 초대가 거절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