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19주일(08.1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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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8-11 16:01 조회857회본문
* 연중 제19주일 나해
“배고프지 않는 빵”
우리는 먹어야 삽니다. 그런데 우리는 돈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 밥을 먹어야 삽니다. 그래서 우리는 홍수가 나도 걱정, 가물어도 걱정입니다. 하루 세 끼 밥을, 칠팔십 년 평생을 먹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일은 햇빛과 비를 관장하시는 창조주 하느님께 달린 일입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배고픈 군중에게 빵의 기적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그 빵의 기적을 통해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영원한 생명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군중들은 오직 오늘 먹을 빵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기적을 베푸시고도 기쁘지 않으셨고, 군중들은 내일 또다시 배고플 것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육체는 당연히 잘 먹어야 하지만, 육체의 삶이란 것이 어느 한계가 지나면 병들고 노쇠하여, 어느 날 자기 그림자와 하나 되고 맙니다. 우리는 한때 잘 먹고, 잘살아보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알고 있습니다. 청춘의 이상(理想)은 채워짐이 없었고, 중년의 안전함은 병과 불확실성에 싸여 있으며, 평화가 준비되지 않은 노년은 죽음에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제는 안전하다’라고 느끼는 순간에 덮치는 더 큰 문제들이 항상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배고픈 육체의 삶을 위해 또다시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찾는 예수님의 손에는 더 이상 빵이 없습니다. 그분은 말씀하십니다. “이제는 영원한 양식을 위해서 힘쓰십시오. 하느님이 보낸 사람을 믿으십시오. 생명의 빵인 나를 먹으면 영원히 살 것입니다.” 이제는 썩어질 육체의 삶을 살지 말고 영혼의 삶, 즉 사랑의 삶을 선택하라는 말씀이십니다.
우리 육체는 더 배부르길 원하고, 더 오래 자길 원하고, 더 큰 쾌락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모자라는 음식을 나누고, 없는 시간을 내어 주며,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랑은 육체의 요구에 대한 도전입니다. 사랑은 육체를 넘어 영혼에로, 나를 넘어 너에게로 나아가는 확장입니다. 사랑은 우리 안에 하느님을 창조하는 신비입니다. 그런데 이 사랑의 삶을 가능케 하는 양식이 바로 예수님의 몸입니다.
교우 여러분, 허망한 육체의 길을 걷던 우리에게 영혼의 길을 가르쳐 주신 예수님, 그 예수님이 이제는 당신 자신을 양식으로 내주시며 우리와 하나 되기를 원하십니다. 당신을 먹고, 당신을 닮아, 당신처럼 사랑하게 되기를, 그리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인생 문제에 대한 예수님의 해답은 사랑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사랑의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또다시 배고플 육체의 삶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