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08.08) 이노쿠마 프란치스코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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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8-09 09:30 조회777회본문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찬미 예수님!
옛날부터 성당에는 성경과 전혀 상관없는 속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여러분도 아마 아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죽은 다음에 하늘에 올라갔다. 거기서는 아주 커다란 정문이 있었고 그 옆에 문지기 아저씨가 서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아저씨는 베드로 성인이었다. 베드로 성인이 열쇠를 갖고 있었다. 죽은 자를 맞이하셨던 베드로 성인 앞에서는 또 커다란 명단이 하나 있었고 거기에 이름이 없는 자한테는 베드로 성인이 절대 대문을 열려주지 않으셨다. 명단에 없는 죽은 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 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이런 속설을 들어 본 적이 있죠?
이런 속설은 문제가 많습니다.
왜냐?
근거가 없는 이야기니까!
근데 그 문제점 중에 제일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즉 베드로 성인이 예수님께로부터 받은 열쇠의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열쇠는 몇 개 있었어요?
두 개?
아닙니다.
교황청 깃발에는 두 개 밖에 없지만 성서 원문에서는 그냥 복수형으로 돼 있습니다. 즉 베드로 성인 받은 열쇠는 여러 개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것이 제일 큰 문제점인데요, 열쇠는 어디서 쓰는 것입니까? 어디에 쓰라고 예수님께서 베드로 성인한테 열쇠를 주셨을까요?
오늘 복음 읽어보면 예수님께서 분명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열쇠는 어디까지나 “땅에서” 쓰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 대문 옆에서 쓰는 게 아닙니다.
세 번째, 그럼 베드로 성인을 비롯한 우리 성당 사람들이 쓰는 열쇠란 도대체 어떤 것입니까?
그냥 상징적인 비유 표현인 것입니까?
아닙니다.
예수님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 서로 용서해주는 것, 서로 갖고 있는 것을 나누어 상대방에게 주는 것 등,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해 고독한 상태에 갇혀 있는 사람이 사슬에서 벗어나 다시 하느님과 같이, 사람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것, 이것이 예수님이 하시는 것인데, “지금 여기서”에 하늘 나라 만들기, 하늘 나라가 이루어질 때 필요한 체험, 그것을 위한 행동들 하나 하나가 예수님의 쓰셨던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열쇠를 지금 이 세상에서 이 땅 위에서 쓰라고 베드로 성인 뿐만 아니라 우리한테도 맡겨주셨던 것입니다.
서로 사랑합시다,
서로 용서해 줍시다,
서로 갖고 있는 것을 나누어 상대방에게 줍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런 “열쇠”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이 땅 위에서 쓰는 “열쇠”를 우리는 이미 갖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