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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나해 부활 제3주일(04.14)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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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4-14 16:16 조회1,7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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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제 3주일 나해

 

 

우리에게 평화가 있기를

 

예수님은 좋은 분이셨습니다. 많은 사람을 치유해주시고, 용서받지 못하던 죄인들을 용서해주시고, 행복이 무엇인지, 참사랑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셨으니 참 좋은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권력자들의 질투와 모함으로, 힘 한번 못써보고 허망하게 죽어 묻히셨습니다. 제자들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예수님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좋은 분이 좋은 추억을 남기고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도 세상의 어둠과 권력을 이길 수는 없으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인 줄 알았는데 역시 예수님도 인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문 닫힌 방에 어찌 들어오셨는지, 제자들 가운데 서시어 부활 인사를 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당신을 악랄하게 모함하고 잔인하게 죽인 그 권력자들을 데려다가 무릎 꿇게 하지도 않으시고, 배반한 베드로에게 아무 말씀 않으시고,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예수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조용히 부활하셨습니다. 나라를 구하는 부활도 아니고, 당신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는 부활도 아니고, 죽음을 이겼다고 북 치고 장구 치는 요란한 부활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숨을 고르시며 평화를 빌어주시는 조용한 부활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목적은 '평화'였습니다. 고달픈 삶 속에서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우리에게, 죄와 벌 앞에, 두려운 죽음 앞에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는 것이 예수님의 부활 목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로써,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씀을 믿게 되고, 벗을 위해 목숨 바치는 사랑을 믿게 되고, 죄의 용서를 믿게 되고, 영원한 삶을 믿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평화로워졌습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의 평화로운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로 시작된 교회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남을 나처럼 여기는 사랑을, 벗을 위해 목숨 바치는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무제한의 용서를 해줄 수 있고, 자기를 비우고 가난하게 만드는 수행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 없이 자기를 죽이는 십자가를 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선종(善終)하고 부활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사는 이 세상에 평화를 찾아보기가 좀처럼 힘듭니다. 평화 없는 정치, 평화 없는 경제, 평화 없는 교육, 평화 없는 인생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욕심 없이, 두려움 없이 평화를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죽고 부활하신 그 이유가 바로 '우리의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평화가 없다면 예수님의 부활은 헛된 것이 됩니다. 우리에게 평화가 없다면 세상의 평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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