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부활 제2주일(04.0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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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4-07 15:54 조회1,858회본문
* 부활 제 2주일 나해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의심”
현대인들은 지능과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자기를 과신하며 자기 논리에 맞는 것들 외에는 어느 것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것에 대해서, 특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갖지 않으려 합니다. 사실 그런 것에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들 바쁩니다.
현대인들은 천억 곱하기 천억 개의 별들을 머리에 이고,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이끼처럼 붙어살면서도, 과학을 통해 알게 된 한정된 사실에 대해 만족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세상과 유한한 생명을 넘어, 그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과 그 무한한 생명력에 집중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아쉽게도 토마스 사도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주님을 뵈었다고 자랑하는 다른 제자들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었을지, 토마스 사도는 부활 이야기에 대해 의심을 보임으로써 자존심을 지키려 합니다. 토마스 사도는 남들의 이야기만 듣고 부화뇌동하지 않는, 자기체험 없이는 어느 것도 믿으려 하지 않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토마스 사도에게, 예수님은 고맙게도 다시 나타나셔서 손발에 뚫린 못 구멍을 보여주십니다. 그 결과 토마스 사도는 남들에게 얻어들은 주님이 아니고, 다른 사람의 주님도 아닌, ‘사랑하는 나의 주님, 내가 체험한 나의 하느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을 위해 남보다 더 열정적인 전교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혹시 남에게 전해 들은 예수님에 만족하면서, 다수의 사람에 섞여서 그저 흘러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토마스 사도는 예수님이 가르쳐주신 하느님을 의심했습니다. 하느님의 능력을 의심했습니다. 하느님의 존재와 그 생명력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눈에 보이는 예수님 손발의 못 구멍을 통해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영원무궁한 하느님의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께 나아가야 하겠습니까? 토마스 사도가 의심을 통해서 하느님께 나아간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물질주의에 대한 의심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경제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물질주의의 배반과 허무함을 뼈저리게 맛보고 있는 우리가, 이제는 그 물질주의를 철저히 의심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고 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는 물질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육체가 아니라 영혼입니다. 지식이 아니라 신비입니다. 참으로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보이는 물질과 보이는 이익에는 덜 집착하고, 보이지 않는 사랑과 보이지 않는 신비에 더 집중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