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연중 제18주일(08.01)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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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8-01 15:56 조회6,144회본문
연중 제18주일 – 진정한 생명의 빵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한국 가톨릭 교회에는 “밀가루 신자”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국 전쟁 후 모든 것이 파괴된 우리 나라에 미국 주교회의 원조기구인 가톨릭 구제회는 상당한 량의 구호물자를 배에 실어 보내주었습니다. 밀가루, 분유, 의약품, 의류 같은 구호물자는 가톨릭 각 교구를 거쳐 각 본당에 배급 되었는데 사람들 중에는 그 구호품을 받으려고 성당에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는 전후에 너무나 가난하고 굶주렸던 시기였던지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끼니를 때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성당에 나온 사람들 중에는 구호품만 받고 더 이상 성당에 안 나온 사람들도 있지만 계속해서 성당에 나와 세례를 받고 지금까지 어엿한 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마 제 생각에 그때 신자가 된 분들은 가톨릭 교회가 보여 준 나눔의 정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생면부지의 한국인들을 도와주던 연민의 마음, 벽안의 신부님들이 보여 준 자상하고 친절한 예수님의 마음, 그리스도의 사랑이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리라는 믿음을 전했던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봉사를 느끼고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가톨릭 교회가 이런 곳이라면 ‘나도 가톨릭 신자가 되어야 겠다’는 마음에 선뜻 마음을 열고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우리가 밀가루 신자라고 말할 때 구호품에만 관심이 있어 성당에 나온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밀가루를 통해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에 감화되어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을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복음 말씀을 이 밀가루 신자라는 예를 통해 묵상해 보고 싶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예수님을 찾아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마치 밀가루 신자들에게 “너희가 성당에 나오는 것은 밀가루를 받기 위해 나오는 거지”라고 말씀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그들도 양심이 있었는지 이렇게 질문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마치 “저희가 구호품 때문에 성당에 나오긴 했는데 저희가 여기서 무엇을 찾아야 합니까?”라고 질문하는 듯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예수님의 진심이 담긴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희가 비록 밀가루 때문에 성당에 나오긴 했으나 이 밀가루를 나누어 주게 된 동기요 시작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라.”
말하자면 미국 가톨릭 교회는 왜 한국에 구호물자를 보내어 주었는지, 구호물자가 어떻게 모아져서 어떠한 수고를 통해 한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구호물자를 나누어 주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나누어 준 것인지를 기억하고 그 모든 것의 원천이 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알 수 있는 대로 그 모든 일의 동기요 시작, 원인과 결과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는 이천년 전 이 세상에 오시어 하느님의 구원과 사랑을 말씀과 행동으로 직접 실천하신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믿는 이들이 모여 설립된 교회입니다. 그렇게 모인 크리스챤들은 이천년 동안 계속해서 예수님의 유업을 수행해 오고 있으며,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동기요 시작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물론 시대와 장소에 따라 전하는 방식과 실천하는 방법은 다를지언정 그 원인과 결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그대로를 따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일을 수행하며 사람들에게 직간접으로 “이 모든 일의 동기요 시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십시오”라고 선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그것을 말해줍니다. 우리가 예전에 경험했듯이 밀가루가 단순한 밀가루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사랑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었듯이 오늘날 미사 중에 우리들이 먹는 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보내신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인 생명의 빵인 것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깨달았기에 우리는 가톨릭 신자가 되었으며, 미사에 참석하여 성체를 받아 모시며, 다른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를 전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밀가루 신자들이 밀가루를 통해 전해지는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를 깨달아 하느님을 믿는 가톨릭 신자가 되었듯이 지금의 우리도 성체를 받아모시며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예수님의 인간을 향한 구원의 행위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생명의 빵을 받아 모시며 기억하고 실천하는 우리 신앙인의 삶입니다. 오늘 도 예수님은 미사를 통해 우리 신앙의 원천이 되는 당신을 생명의 빵으로 우리에게 내어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