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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미사(12.3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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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1-01 09:47 조회5,638회

본문

* 송년 미사

 

복음: 요한 17, 20-26

독서: 시편 제90

 

 

가는 세월

 

 

언젠가 신부님들이 모이는 회의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대선배 신부님 한 분이 신부 되신 지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축하 케이크에 불을 끄신 그 신부님은 벌떡 일어나시더니 노래 한 곡 하시겠다고 자청하시고는 가는 세월이라는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다 부르시고 난 후 우리 향해 씩 웃으시며 하신 한마디 말씀이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다 잠깐이야.” 50년도 지나고 나니 잠깐이라 생각되신다는 말씀이니 1년은 얼마나 짧은 세월입니까?

 

오늘 우리는 2021년을 함께 떠나보내려 여기 모였습니다. 지나간 1년을 생각해보면 늘 그랬듯이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보다는 상처와 회한이 더 많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유난히 세상도 더 시끄럽고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또 사랑을 잃어버리고 불안한 세상의 흐름에 휩싸여 정신없이 1년을 보냈다는 후회를 합니다. 아쉬움을 한 가슴 안고 모여 온 우리에게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유언을 전해줍니다. 바로 하나 되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하나 되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우리는 원래 하나입니다. 바다에 떠 있는 섬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떨어져 있지만, 해저로 내려가면 모두 붙어있는 하나이듯이, 우리 사람들 각자도 서로 다르지만, 근원은 같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가 불행하면 내가 행복할 수 없는 것이고, 누가 고통 받고 있으면 내가 즐거울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근원이 다 같은 사랑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하나 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채우는 삶을 살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채우는 삶을 살 때 우리는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됩니다. 지난 1년 우리가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경쟁하고 시기, 질투했던 시간들을 반성합시다. ‘또 다른 나인 다른 사람의 불행과 고통에 무관심했던 날들, 서로 사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았던 1년을 반성합시다.

 

교우 여러분, 그래도 비록 우리가 잘 살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 1년이라는 선물을 주셨던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그리고 또 사랑할 수 있는 1년의 선물을 더 주시도록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청합시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이제 몇 시간 뒤면 2022년을 맞이합니다. 새해에는 우리가 온전하게 하나 되고, 코로나도 이겨내고, 평화로운 일상, 행복한 사랑의 나날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가장 행복한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가장 넉넉한 마음은 비어있는 마음입니다.

가장 고귀한 마음은 정직한 마음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마음은 남을 돕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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