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해 대림 제3주일(12.12)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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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12-12 16:47 조회5,159회본문
* 대림 제 3주일 다해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경쟁사회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떠날 때까지 경쟁은 계속됩니다. 더 좋은 외제분유, 영재교육, 명문학원, 족집게 과외, 명문대학, 대기업, 고급 아파트, 해외여행, 실버타운, 화환이 많은 장례식.
이런 경쟁사회를 살다보면 자기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늘 과분한 것을 추구하고,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고, 남의 명예를 가로채는 행동도 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본연의 자기가 아닌, 과대 포장된 ‘허구의 나’를 살게 됩니다. 이렇게 '허구의 나'를 계속 연극 하려면 마음에 긴장과 불안이 떠나지 않아 평화를 누릴 수가 없습니다.
한 번뿐인 우리 인생이 연극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경쟁을 위한 무장을 해제하고,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본연의 자기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원래의 그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그 모습에 맞는 일을 해야 하고,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다만 사랑하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더불어 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자기 자신을 알고 인정하고, 자기를 사는 사람이 바로 겸손한 사람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기를 알듯이 남도 알아봅니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몰라봅니다.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은 자기를 아는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욕심을 부려서 그 기회를 이용했으면 그리스도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서슴지 않고 고백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요한은 자기 자신을 확실히 알고 있듯이, 참 그리스도가 예수님이시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마음의 눈을 맑아지게 하고, 세상의 진실과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욕심에 눈이 흐린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가 자기 옆에 서 계셔도 그분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겸손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군중 속에 파묻혀 서 계셔도 그분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지금 성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앞에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우리는 우선 예수님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을 알아보는 눈은 겸손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겸손은 본연의 자신을 찾는 일이고, 본연의 자신을 찾다 보면 경쟁 속에 파묻힌 우리 삶이 얼마나 삭막한지를 알게 됩니다. 사랑이신 예수님이 오셔야 우리의 삶이 살 만해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는 눈은 겸손하게 사랑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열립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그러므로 성탄을 기다린다는 것은 메마른 내 마음 안에 사랑이 다시 생기고, 삭막해진 우리 사회에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성탄을 기다린다는 것은 사랑을 기다리는 것입니다.